[해외 칼럼] 악랄한 팬덤이 할리우드를 망치고 있다

에그테일 2018. 6. 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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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테일 에디터: 번역 Tomato92, 편집 Jacinta)

*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written by 아브라함 라이즈먼)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요즘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의 한 장면을 자주 떠올린다. 약골 나이트 아울과 허무주의자 코미디언이 안티 슈퍼히어로 폭동을 진압하는 장면에서, 절망에 빠진 나이트 아울은 아메리칸드림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러자 코미디언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아메리칸드림이라고 대답한다. 증오와 자격 여부 논쟁이 번져가는 최근의 덕후 문화가 '팬덤 드림'이 아니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은 주류 출판계의 작가로 진입하지 못했다. 나는 교양 서적보다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훨씬 더 많이 읽으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보다 코믹콘이 편하다. 또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은 수없이 재탕했지만, 오즈 야스히로 감독의 영화를 논평하려면 10년 전 노트를 꺼내야 한다. 그런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일종의 기분 좋은 기적과도 같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할리우드에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나처럼 좋아하는 대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말을 주목한 결과는 몇몇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가깝게는 현재 들끓고 있는 [스타워즈] 팬덤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출연한 켈리 마리 트랜이 인스타그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이유는 충분히 추측 가능하다. 표독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인종차별 발언과 체구를 비판하는 몰지각한 팬들의 끊임없는 괴롭힘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Star Wars: The Last Jedi평점5.85.8점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마크 해밀, 캐리 피셔, 아담 드라이버,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루피타 니옹, 앤디 서키스, 돔놀 글리슨
장르
액션
개봉
2017.12.14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팬덤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은 켈리 마리 트랜에게 국한되지 않으며, 또 최근에 나타난 일도 아니다. 스타워즈 팬덤이 변절되기 시작한 시기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때부터다. 스타워즈 덕후들은 주연을 맡은 흑인 배우 존 보예가를 매도하기 시작했으며, 데이지 리들리도 마찬가지였다. 각본가 맥스 랜디스는 데이지 리들리의 '레이'를 여성 캐릭터를 조롱할 때 쓰는 '메리 수'라 부르며, 캐릭터를 향한 반감을 증폭시켰다. [라스트 제다이]가 개봉한 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당장 '로튼토마토' 사용자 리뷰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자칭 스타워즈 팬들은 영화를 본 후 "모든 것이 너무 디즈니스럽다. 레이 (메리 수), 레아 (메리 포핀스), 여성의 힘, 세상 구원, 엄격한 채식주의자 츄바카, 전쟁보다 사랑 (로즈/핀), 새로운 젊은 관객 유입을 위한 농담, 동물들까지 모든 것이 ‘스타워즈’답지 않다.”라며 비판했다.

'스타워즈'답지 않다니! 한숨만 나온다. 그들에게 대체 [스타워즈] 시리즈를 어떻게 봤는지 물을 수 있지만, 이는 시간낭비나 마찬가지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부진한 성적을 정신승리로 여기는 ‘스타워즈 보이콧(#BoycottStarWars)’ 집단과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일부 생각 없는 팬은 [스타워즈] 처음 세 시리즈에 인종, 성 다양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오를 정당화한다. 이처럼 반-비차별주의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이들과 생산적인 토론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2013년, 덕후의 아이콘 윌 위튼(Wil Wheaton)은 덕후가 되려거든 '사랑하는 대상'이 아닌 '사랑하는 방법'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팬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소중한 자산을 힘껏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상을 소비하고, 다른 팬과 함께 이야기하며, 컨벤션에 참여하거나 팬픽 혹은 팬아트를 창작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무엇을 바라든지 그 이상의 무엇인가 나온다면, 지금껏 나온 최고만큼이나 좋을 거란 사실이다. 얌전한 팬들은 자신들의 바람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받아들인다. 문제는 [빌리언스]의 바비 액슬로드처럼 요구사항을 떠벌리는 사람들과 휩쓸리는 팬이다. 할리우드는 지난 20년 동안 후자의 팬덤에 맞춰왔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Star Wars : The Force Awakens평점7.47.4점
감독
J.J. 에이브람스
출연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그웬돌린 크리스티, 돔놀 글리슨, 해리슨 포드, 마크 해밀, 캐리 피셔
장르
액션
개봉
2015.12.17


출처: 워너 브러더스

이 집단의 최초 희생양은 조엘 슈마허 감독이다. 90년대 두 편의 배트맨 영화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을 연출한 그는 불평 많은 덕후들이 벌인 캠페인에서 뜨거운 비난을 받았다. 결국 워너 브러더스는 슈마허를 내쫓았고, 2005년 크리스토퍼 놀런을 기용해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후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Ain’t It Cool News’ 사이트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이 돈을 벌어다 준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 설립자 해리 놀스가 영화를 칭찬하면, 일반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덕후 팬덤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는 것이다.

SF 감독이나 홍보 담당자와 대화하면 팬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만약 원작을 각색한 영화나 속편 영화를 제작할 경우, 그들은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티저 예고편에 대한 덕후들의 반응(블로그, 트위터)에도 매우 민감하다. 어느 홍보 활동에서 볼 수 있듯 덕후 팬층은 다수가 아니지만, 관계자들은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길 원한다. 그렇다고 최악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다수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노력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팬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러한 사실을 끊임없이 어필한다.

바로 그게 함정이다. 스타워즈의 악랄한 팬들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팬들을 대하는 방법을 악용한다. 영화 관계자들이 팬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팬들의 광기 어린 반응에 공개적으로 대처했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드문 일이다. 대부분은 팬들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으려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물론 끝까지 귀찮게 하는 팬들도 있지만 말이다.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 팬덤 사례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팬들을 향한 공개적인 비판이 늘어나면, 오히려 팬덤의 결속력을 높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팬들을 달래기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옳지 않을까. 하지만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앞으로 악랄한 팬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스타워즈, 마블 혹은 토대가 덜한 작품에 지나친 관심을 주지 않는 게 바람직할지 모른다. 이제는 어그로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새로운 팬덤의 건설이 시급하다. 아마 어둠의 세력이 호시탐탐 허점을 노리겠지만, 우리가 진정 원하는 참다운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수 있다는 빛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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