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스크린 속 베드신 사운드는 어떻게 탄생하나?

띵양 입력 2018. 5. 26. 10:13 수정 2018. 5. 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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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written by 레베카 펠레)


출처: UPI 코리아

얼마 전 한 드라마의 베드신 음향효과를 만드는 과정 - 치킨 커틀릿 날 것 두 장으로 박수를 치거나 마요네즈가 담긴 큰 유리병 안에 주먹질을 하는 모습 - 을 담은 가짜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럴싸하지만, 정사 장면의 음향효과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달콤하고 대체로 애정 어린 베드신의 소리는 어떻게 탄생할까? 우리는 서너 명의 음향 아티스트에게 베드신 효과음을 만드는 과정을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굉장히 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음향 아티스트 조안나 팽은 음향효과를 “사운드 트랙의 인간적인 요소”라고 표현했다. 사람마다 낼 수 있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음향효과 아카이브에 저장된 사운드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베드신의 경우에는 키스 소리, 살끼리 맞닿는 소리, 침대 머리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해당된다.

분위기 조성하기와 키스하기

베드신에서 음향효과의 예술은 인물들의 감정과 역학을 표현하기 위해 기본적인 소리에 변화를 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부드럽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 속 두 사람과 거친 섹스를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나는 소리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효과음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베드신의 기본적인 소리를 입히는 작업은 대체로 비슷하다. 음향 기술자가 자신의 팔을 쥐고 문지르면서 극중 두 사람의 살이 맞닿는 소리를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나 타인의 머리카락 혹은 얼굴을 손가락으로 훑는 것도 마찬가지다. 삐걱거리는 침대나 소파의 소리는 베드신에서 반드시 필요한데, 침대에 앉아 양손으로 침대를 누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출처: CGV아트하우스

조안나 팽은 “작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 사이에 육체적인 교감이 오간다는 사실이다”라며 자신이 음향 작업을 맡았던 데릭 시엔프랜스의 2016년작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언급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는 유산 이후 처음 사랑을 나누는 부부 이자벨과 톰을 연기했다. 팽은 이 장면을 보면서 “두 사람이 수치심과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장면을 소리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저 아카이브에 있는 효과음으로 둘의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다. 직접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팽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베드신을 위해 초지향성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자신의 손을 팔에 문지르면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매만지는 장면의 소리를 덧입혔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자벨의 손이 침대 시트에 닿는 순간을 대비해 어깨 위에 낡은 셔츠를 올려놓기도 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두 사람이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위해 실제로 낡고 삐걱거리는 소파에 “두껍고 질감이 느껴지는 덜 편한 시트”를 올려놓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야 삐걱거리는 침대 프레임과 침대 시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20세기 초 투박한 등대집의 시각적 미학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팽은 “단순히 팔을 치는 소리로만 표현할 수 없었다. 조화와 생명력, 사랑이 한가득 느껴져야 하는 동시에 약간의 완력도 필요하다. 손의 힘이 느껴져야 하는 데다 소리까지도 만들어 내야 한다”라며 인물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그녀는 이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팔뚝을 내리친 다음, 팔꿈치 위까지 손을 쓸어 올리면서 “사람들은 성관계가 항상 만족스럽고 재생산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까먹는 듯하다. 영화에서 성관계는 드라마틱한 도구로 사용된다”라고 덧붙였다.

음향 아티스트들이 꼽는 키스 소리의 핵심을 "껌 씹는 소리 같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키스는 딱히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영화에서는 입술과 입술이 닿는 소리 - 혹은 음향 기술자들이 작업했을 경우에는 입술과 팔, 손등이 내는 소리 - 만 들릴 뿐, 본격적으로 키스를 할 때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물론 욕정이 가득한 키스의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에는 마이크에 대고 무언가를 먹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이 키스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베드신을 작업하는 음향 아티스트들은 남성이 내는 키스 소리는 "빨아들이고 발쪽거리는 소리"라면서 여성들의 경우에는 "가볍게 쪽쪽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이야기했다.


어디서부터 ‘너무’ 현실적인가?

음향 기술자들은 베드신을 녹음할 때마다 “어디까지가 마지노선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한다.  음향 아티스트 앨리슨 디 무어는 자신이 작업한 음향효과 중 영화에 그대로 사용했으면 등급이 바뀔 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과거에 구강성교 소리 작업을 요청받았으나 구강성교할 때 나는 소리는 섹시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용되지 않았다. 대체로 구강성교 소리는 키스 소리를 사용한다고 음향 아티스트들이 입을 모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음향 작업에 참여한 고로 코야마는 “일부러 역겹게 들리게 하려 하지 않는 이상 끈적이고 질척이는 소리를 사용해선 안된다. 이런 소리는 장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로맨틱하지도 않는다”라 밝혔다. 끈적이고 질척거리는 소리가 필요한 경우에 음향 기술자들은 자몽 반 개를 손으로 주무른다고 한다. 그러나 뜨거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선에 이입하려면 특정한 소리가 강조되기도 한다고 코야마는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살끼리 맞닿는 소리다.

출처: 소니 픽쳐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등장한 복숭아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팽은 해당 장면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질척거리는 소리를 전부 담기 위해 마이크 가까이에 대고” 굉장히 잘 익은 자두나 복숭아, 자몽의 과육을 손가락으로 헤집어서 난 소리일 것이라 추측했다. 한편 무어는 복숭아에서 날 수 있는 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멜론을 이용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진실은 이 장면을 작업한 음향 아티스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이 조금 색다를 때

현실성에 대한 질문은 평범하지 않은 베드신의 경우 더욱 복잡해진다. 무어는 유사 성행위 장면의 예로 [캘리포니케이션]의 등장인물이 마약을 찾기 위해 남성 자위 기구 안에 손을 집어넣는 장면을 들었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과정에서 실제로 나는 소리를 모를 것이기 때문에, 핵심은 그 순간의 코미디를 살리는 것이었지 소리를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경우, 무어는 질척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플라스틱 컵 안에 젖은 스웨이드 가죽을 집어넣어 손으로 휘저어서 “질척거리고 빨아들이는 소리”를 완성시켰다. “때때로 현실과 다를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관객들이 원하는 소리다. 관객들이 눈으로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라고 무어는 설명했다.

무어는 “매번 화면에 등장하는 물건들로 소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무어가 마지막 두 편의 음향 작업을 한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경우, 철물점에 가서 쇠사슬을 종류별로 샀다고 한다. 쇠사슬을 가구와 맨 살, 그리고 쇠사슬끼리 마찰시키면서 적절한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그냥 쇳덩어리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예쁜 소리가 나야했기 때문이다.


스웨이드 가죽은 필수품

출처: UPI 코리아

[50가지 그림자] 삼부작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50가지 그림자: 심연]의 벤와 볼 장면을 덜 섹시하게 만들 예정이다. 무어는 아나의 몸속으로 벤와 볼이 삽입되는 장면의 음향을 만드는 데 흠뻑 젖은 스웨이드 가죽을 이용했다고 한다. 차를 닦을 때 사용하는 부드러운 양가죽 말이다. 좋은 스웨이드 가죽을 만져보면 진짜 사람 피부 같다고 음향 아티스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스웨이드 가죽은 얼마나 젖었느냐에 따라 손으로 만질 때 나는 특유의 질척거리는 소리가 제각각이라고 한다. 팽의 말을 인용하자면, 스웨이드 가죽은 근본적으로 비슷한 소리가 나는 “먹고, 하고, 싸울 때”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도구다. 수음의 경우, 보통은 음향 아티스트가 팔뚝에 로션 바른 손을 문지르지만, 더 끈적한 소리를 찾는다면 스웨이드 가죽이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매력적이지 않고 섹시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찝찝한 베드신 중 하나로 꼽히는 [나를 찾아줘]의 베드신을 떠올려보자. 극중 에이미는 죽일 예정인 남자와의 정사 이전에 와인 병을 자신의 은밀한 부위 안으로 밀어 넣어서 강간당한 것처럼 보이려 했다. 이 와인병 장면은 다양한 소리가 필요했는데, 병을 매만지는 소리와 더불어 젖은 스웨이드 가죽이 내는 소리가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작업한 무어는 “실제로 무슨 소리가 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을뿐더러, 솔직히 다리 사이에 귀를 가져다 대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다”라고 해당 장면을 표현했다. 그 장면과 이어지는 광기를 두고는 “정말 구역질 나고 작업하기 싫었다. 그러나 최대한 이 장면을 역겹지 않도록 표현해야 했다. 이상하긴 해도 베드신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결과적으로 음향 기술자들이 베드신에 음향을 입히는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체위나 행동을 단순히 소리로 표현하는 작업이 아닌 부드러움이나 역겨움, 흥미로움, 또는 사랑 등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 즉 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팽은 “현실의 성관계는 대부분 땀범벅에 큰 움직임을 요하는 행위고, 심지어 소리가 아닌 감정의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소리와 감정을 연결할 수 있다면, 우리의 할 일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일을 표현했다.


에그테일 에디터: 띵양, contact@tailorcont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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