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역사를 새로 쓴 '다크 나이트'에 영향을 받은 영화
(에그테일 에디터: 예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다크 나이트]의 상영관을 빠져나오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영화의 힘과 무게에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았던 걸음을 기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 배트맨 프랜차이즈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어둡고, 무겁고,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어려운, 오히려 그래서 더욱 뛰어난 새로운 세대의 블록버스터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각자의 방식으로 [다크 나이트]의 뒤를 쫓은 영화들은 수도 없다. 그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차용하거나,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지닌 이야기와 성격에 집중하거나, 우리가 영원히 잊지 못할 빛나는 악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다크 나이트]는 굳건히 명예의 전당을 지키고 있으며, 크리스토퍼 놀란은 완성도나 평가를 떠나 가장 큰 자본으로 인간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 되었다. 단 한 편의 영화, 단 한 명의 감독이 바꿔놓은 새로운 세기의 대중영화를 살펴본다.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매기 질렌할, 모건 프리먼, 모니크 커너, 론 딘
- 장르
- 범죄
- 개봉
- 2008.08.06
피 섞인 직계가족 - 맨 오브 스틸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은 공식적으로 DC 코믹스의 영화판 가상세계와 관련이 없다.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 DCEU)는 2015년에야 등장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우주의 빅뱅을 일으킨 두 영화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다크 나이트]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슈퍼맨 실사영화 [맨 오브 스틸]은 DCEU라는 명칭이 나오기도 전에 이 세계관의 첫 작품으로 등장했다. 티저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다크 나이트]의 어두운 분위기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영화의 기획과 제작, 각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300]의 감독이자 DCEU의 포문을 열어젖힌 잭 스나이더의 첫 DC 영화였지만, 완성된 영화에는 놀란의 이름이 새겨진 것 같았다. 마치 DC의 새로운 우주는 [다크 나이트]의 길을 따르리라는 선언처럼 말이다.
- 감독
- 잭 스나이더
- 출연
-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로렌스 피쉬번, 안트예 트라우에, 아옐렛 지러, 크리스토퍼 멜로니
- 장르
- 액션
- 개봉
- 2013.06.13
그리고 3년 뒤, 마침내 배트맨이 돌아왔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공개된 것이다. 비록 같은 세계관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강화 슈트를 입고 자경 활동을 이어온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놀란이 빠진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오히려 더욱 어두운 브루스 웨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잭 스나이더가 만들어낸 이 상처투성이 어둠의 기사가 다음으로 향할 곳은 어디일까.
- 감독
- 잭 스나이더
- 출연
- 벤 애플렉,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제시 아이젠버그, 다이안 레인, 로렌스 피쉬번,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갤 가돗
- 장르
- 액션
- 개봉
- 2016.03.24
가장 매혹적인 악역 - 007 스카이폴
관객들에게도,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에게도, [다크 나이트]의 주연보다 더 큰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이견의 여지없는 최고의 악역이었다. 찢어진 입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악' 자체를 현현한 것 같은 그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비보는 영화보다 일찍 도착했다.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의 개봉을 석 달 남짓 앞두고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이다. 역사에 다시없을 그의 조커는 결국 2009년, 오스카 역사상 두 번째로 사후 수상을 했다.
- 수상
- 2009.제18회 MTV 영화상 최고 악당상 외 8건
- 작품
- 아이 앰 히스 레저(2017), 캔디(2006),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 다크 나이트(2008), 아임 낫 데어(2007), 카사노바(2005), 브로크백 마운틴(2005),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2005), 네드 켈리(2003), 씬(2003), 몬스터 볼(2001), 기사 윌리엄(2001),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2000), 나 홀로 PC(1997), 블랙락(1997), 투 핸즈(1999),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 포 페더스(2002), 독타운의 제왕들(2005)
한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 이 시대 악당계의 장인을 담당하고 있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맡은 [007 스카이폴]의 악역, 라울 실바는 여러 면에서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시킨다. 적의 심리를 이용하는 히스테릭한 캐릭터가 칠판 위의 손톱처럼 신경을 긁는다. 비슷한 건 악역만이 아니다. 브루스 웨인과 제임스 본드,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과묵한 남자들이 평생 묻어온 정신적 상처와 공포가 두 영화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
- 감독
- 샘 멘데스
- 출연
-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랄프 파인즈, 나오미 해리스, 베레니스 말로히, 앨버트 피니, 벤 위쇼, 로리 키니어
- 장르
- 액션
- 개봉
- 2012.10.26
감독들의 히어로 놀란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가장 먼저 사랑을 고백한 건 여하간 질러버리는 감독, 매튜 본이었다. [킥 애스]로 히어로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처음으로 대형 프랜차이즈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가 목표하는 과녁의 정중앙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있었다. 그는 [다크 나이트]보다 3년 앞서 공개된 [배트맨 비긴즈]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첫 번째 배트맨 영화이자, 해당 시리즈의 분위기를 조성한 가장 큰 공신이다. "[배트맨 비긴즈]가 배트맨 영화에 끼진 영향,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가) [배트맨 비긴즈] 만큼 좋을 거라는 건 아니지만, 그 태도를 닮을 것이다." 그의 말 덕분일까, 2011년 공개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적지 않은 캐릭터마다의 성격과 이야기를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감독
- 매튜 본
-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케빈 베이컨, 로즈 번, 재뉴어리 존스,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 루카스 틸, 찰리 로우
- 장르
- 액션
- 개봉
- 2011.06.02
여기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에 대한 열렬한 동경을 숨길 생각이 없는 감독이 또 한 명 있다. 2015년, 제임스 카메론의 전설적인 시리즈 [터미네이터]를 리부트한 감독 앨런 테일러 역시 놀란이 배트맨에서 한 일을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에서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놀란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소재를 존경해 마지않지만, 여기서부턴 내가 맡겠다.'” 팬다운 쿨한 묘사다.
- 감독
- 앨런 테일러
- 출연
- 아놀드 슈왈제네거, 제이슨 클락, 에밀리아 클락, 제이 코트니, J. K. 시몬스, 디에오 오케이니이, 맷 스미스, 코트니 B. 반스, 이병헌
- 장르
- 액션
- 개봉
- 2015.07.02
길은 같았지만 수익은 달랐다 - 로보캅 &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세상이 알아보지 못하는 수작이야 수두룩하지만, [다크 나이트]를 보고 힘을 낸 것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 가운데 처참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유독 많은 건 슬픈 일이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인물의 서사에 집중하는 진지한 분위기를 좇기 때문일까. 2014년 [로보캅] 리부트가 그랬다. 원작과 달리 장기가 남아있는 '살아있는' 사람을 로봇으로 만들어 가족의 이야기와 인간의 범주에 대한 고민이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의 분위기가 자연히 무거워진 이유다. 그 때문인지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처참한 관객수를 기록했는데, 좀 이상하지만 중국에서 압도적인 흥행을 거두어 겨우 본전을 찾았다.
- 감독
- 호세 파딜라
- 출연
- 조엘 킨나만, 게리 올드만, 마이클 키튼, 애비 코니쉬, 사무엘 L. 잭슨, 재키 얼 헤일리, 마이클 케네스 윌리엄스, 제니퍼 엘, 제이 바루첼
- 장르
- 액션
- 개봉
- 2014.02.13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역시 영웅의 배경에 더욱 집중하는 영화다. 파워레인져를 이루는 5명의 고등학생들은 모두 다른 인종이고, 캐릭터가 직접 성소수자임을 언급하는 등 개별 캐릭터의 설정이 굉장히 섬세하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의 접근을 닮은 몇몇 히어로물과 마찬가지로 액션 장면이 적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관객들의 불평이 문제였다. 반면 그 성장 서사를 퍽 훌륭하게 그려내 파워레인져의 액션을 보러 들어갔다 훌륭한 드라마를 칭찬하며 극장을 나섰다는 관객도 드물지 않았다. 그 관객들의 수가 매우 적었다는 점이 문제인데, 흥행 수익은 제작비보다 고작 4천여 불 높은 수준으로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 감독
- 딘 이슬래리트
- 출연
- 데이커 몽고메리, 나오미 스콧, RJ 사일러, 루디 린, 베키 지, 엘리자베스 뱅크스, 브라이언 크랜스턴, 빌 하더, 맷 샤이블리
- 장르
- 액션
- 개봉
-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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