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석, 느리고 답답한 <암수살인>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 이유

최재필 기자 입력 2018. 10. 28. 20:41 수정 2018. 10. 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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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의 김형민 형사를 연기하며 한국 영화 형사 캐릭터의 계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김윤석과 영화 캐릭터,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보신 소감은?

원래 의도했던 기승전결의 진행대로 흘러가서 마음에 들었다.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다들 몰입해서 봐줘서 잘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영화의 형사는 남성적인 면이 강한 김윤석의 형사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심한 욕과 폭력도 함부로 쓰지 않는 냉철한 형사다. 그래서 조금은 신선한 형사 캐릭터였다고 본다.

그동안 맡은 형사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극비수사><거북이 달린다><범죄의 재구성> 등등 <추격자>의 경우는 전직 형사다. 이전에 역할이 형사라는 직업을 지닌 40대 중년 가장의 이야기라면 이번에 <암수살인>에서의 김형민은 전면적인 형사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에게도 참 매력적이고 신선한 캐릭터였다. 사실 어린시절 부터 형사물을 매력적으로 좋아했다. 카타르시스도 있고, 액션도 있고, 정의로우니까. 그중 내가 좋아하는 형사는 <형사 콜롬보>였다. 그 콜롬보는 전자서 이야기한 형사들과 조금 달랐다. 후즐그레한 바바리 코트만 입고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집요하게 질문만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범인을 잡아낸다. (웃음) 액션과 스피드에 의존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 참 인상적이었다. 김형민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찾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익숙한 형사물이 아니어서 걱정은 안되었나?

밋밋했다면 이 영화는 실패다. 그럼에도 이 영화만의 치열함이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감독님, 주지훈하고 만났을 때 가장 신경 쓴 게 그거였다. 접견실의 경우 표현을 빌리자면 테니스 경기 같다고 할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김형민과 강태오가 아닌 피해자들의 아우라 라고 본다. 그림자 처럼 인물이 스쳐 지나가는 그 느낌이 이 영화의 주제였다고 본다.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정확한 원칙은 이것이다. 읽어보고 말하면 안 한다는 게 내 원칙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웃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김태균 감독이 상업 영화로서의 입봉작이었고, 김형민 형사로 나를 원했기에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착한 형사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 가족을 만나 공감하는 가슴 뜨거운 형사였던 점이 이번 영화의 특징이다. 피해자 가족과 만났을 때의 심경은?

그 지점이 특징이다. 물론 현실에 있는 분들은 그렇지 않지만, 범인을 추격하고 잡는 데서 영화가 끝나는 것이 이 장르물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잡혀있는 범인의 자백을 받고 수색하는 형사물인데, 김형민 형사의 수사 종결의 의미는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존재를 확인해야 마침표가 되는 것이다. 그 마인드가 참 좋았다.


-실제 주인공이신 형사님을 만나봤는지?

그 실제 형사님을 만난 분이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이 집요했고, 그분이 촬영장 와서 구경하고 말없이 가셨다.


-김형민은 불꽃 튀는 감정을 갖고 있다.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나?

나는 굉장히 격렬해서 재미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태오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태오의 입이 닫히면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터프한 형사라면 화낼 텐데 이런 핑퐁게임이 참 재미있었다. 격렬한 액션을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접견신 장면이 참 재미있었고, 실제 건물에서 촬영해서 방음없이 모두 집중해서 찍었다.


-상대배우 주지훈을 칭찬하자면?

굉장히 어려운 사투리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일반적인 따라쟁이 사투리가 아니라 그냥 횡설수설하는 그 말투까지 너무 리얼했다. 서울 토박이가 그 정도로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집중력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것이다. 크랭크인 하면서도 곽경택 감독님이 계속 도움을 줬고, 곽감독을 만나서 계속 연습을 했었다고 한다.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에 간 게 바로 그 때문이다. 그 긴 대사의 사투리를 해야 하니 배우로서는 대단한 것이다. 단순한 집중력이 아닌 노력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비호감적인 캐릭터를 온몸으로 덤벼준 그 모습을 칭찬하고 싶다.

-하정우, 정경호, 주지훈은 형사 직업으로 연달아 상대했던 범인(?) 들이었다. 각자 상대해본 소감은?

일단 세 명 다 키가 크다. (웃음) 180 이상들이라...그리고 칭찬 같은 이야기지만, 이 세 사람이 참 재미있는 면이 있다. 전부 열려있다고 할까? 그리고 교집합이 있다면 정우는 경호의 대학 후배여서 늘 같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지훈이는 하정우와 어마어마 하게 친하다. 그래서 셋다 연결고리가 있다. 그리고 셋 다 술을 너무 잘 마신다는 것. (웃음)


-주지훈 배우가 잇단 출연작의 흥행으로 대세가 되었는데...

아유 재수좋다. (웃음) 그래서 지훈이의 기운을 이용해서 우리도 뜨자라는 마음이 컸다. (웃음)


-고창석 배우 특별출연의 비하인드는?

그 장면은 원씬 원테이크다. 창석씨의 마스크가 잘 안들어가는 모습이 리허설에도 안 됐는데, 마침 그렇게 하기로 했다. 창석씨도 부산 사람이어서 편안하게 했다.


-그동안 형사 역할을 하시면서 느끼신 애로사항이 있으시다면?

실제 형사가 아니어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아니지만... (웃음) 처음 형사로 태어나려는 사람은 없다. 이 직업 또한 공무원이지 않은가? 그래서 많이 힘들 것 같다. <공공의 적>에도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은가? 그리고 거짓말 잘하고 거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니 피곤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큰 고충이지 않을까?

-김형민의 집요함에 지친 적은 없었나?

이 사람은 영화로 이야기하자면 반포기 상태까지 간다. 마약수사대에 있었는데 결국 파출소로 전출되지 않나? 전출된 마지막 짐 싸는 장면에서 피해자 유골 사진을 보며 누구냐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봤듯이 얼마나 피곤했겟나?


-그런 집요한 추적에 공감이 갔나?

이게 만약 픽션으로 만든 시나리오라면 의심되겠지만, 이건 사실이지 않은가?


-살인범과 형사를 연달아 연기한 적이 있으시다. 극과 극 캐릭터를 오가면서 느낀 소감이 있다면?

중요한 건 그런 것 같다. 그 배역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비록 살인마지만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화이>의 윤석태 같은 인물은 정말 괴물에 가까운 인물이다. 장준환 감독이 이 인물을 통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할것인지 궁금했다. 항상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듯이 말이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멤피스토와 파우스트, 맥베스가 들판 마녀의 유혹을 당해 악역이 되듯이 이런 과정를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아이러니를 접하게 된다. 우리는 한번뿐인 인생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갈수 있을지 물어보게 된다. 신에게 기도했지만 왜 우리는 이렇게 어두어졌고 저 인물은 왜 이렇게 잘 살았는지...결국 그것이 선과 악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감정이자 테마다.


-극 중 주지훈이 정말 얄미웠던 대목은?

취조실에서 검사가 왔는데, 강태오는 김형민을 120분 동안 유린해 버린다. 자기가 말했던 전혀 다른 유골과 말과 다른 말을 하게 된다. 그는 7년의 공소시효라는 것을 잘 이용한다. 송경수 형사가 그 놈 머리 좋지 라고 말했을때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 놈의 전략은 신뢰했던 주변인을 떨어뜨리는 거였다. 그로 인해 김형민 형사는 외로운 사투를 해야 한다. 실제 형사 분도 파출소 순경으로 떨어지다 지금 겨우 형사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지훈이가 얄밉지 않았다. (웃음) 오히려 연민이 느껴졌다고 할까? 마지막 형민이 태오를 봤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알고 보면 태오의 과거도 불쌍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강태오가 과거 사연을 듣고 눈이 살짝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 형민이 교감을 찾아가서 태오의 학창시절을 알려고 했을 때 당시의 무관심을 알게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다 파수꾼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 깔려 있다.

-연기하면서 가장 마음에 동화된 부분이 있다면

허진 선생님의 뒷모습만 봐도 울컥할 때가 있었다. 청소하다가 뒤를 도는데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막혔다. 개인적으로 피해자 박미영의 아들 최동준을 연기한 이제훈이라는 배우와 마주쳤을 때 깜짝 놀랐었다. <살인의 추억>에서의 박해일 같았다고 할까? 굉장히 좋은 얼굴을 가졌고, 법 정신에서 엄마가 미워서 안 찾았다는 부분에서 너무 짠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김형민의 일상은 드러나지 않지만, 아내의 사별도 그렇고, 외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일상에서도 그런 외로움을 느끼실 때가 있으신가?

배우로서의 외로움은 항상 갖고 있다. 모든 연기자들이 다 그렇다. 하지만 개인 자연인으로서는 외로울 틈이 없다. 애들 눈치 봐야지 집안일도 해야지. (웃음)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되나?

영화가 다양해졌다면 굉장히 좋은 현상것 같다. 제작비의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해졌다면 좋은 것이다. 그런 다양함이 나와야 더 좋은 영화가 나올것이고 관객들의 눈도 높아질 것이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작가의 개성과 인생관이 다 나왔으면 좋겠다. <암수살인>은 형사물 중에서 독특하지 않나? <랍스터>라는 작품 자체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영화가 어디 있겠나? (웃음) 그런데 그걸 보면서 인간의 이면을 봤듯이 그런 독특한 상상력과 매력이 있는 게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암수살인Dark Figure of Crime평점7.47.4점
감독
김태균
출연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권소현, 원현준, 김미화, 고창석, 곽경택
장르
범죄
개봉
2018.10.03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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