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격자' 이성민 "고구마 캐릭터? 20대 청년 이야기라면 달랐을 것" ②

에디터 강보라 2018. 8.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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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 이어서…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이성민은 스릴러, 공포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맞는 대본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의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목격자’ 시나리오는 이성민 ‘과’의 작품이라고 느꼈다.

“호러나 스릴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관객으로서의 취향으로 보자면 무서워하는 것도 있어요. 대게 스릴러가 특정한 공간, 특정한 직업군의 캐릭터가 많으니까 (안 맞았다). 근데 이 영화는 제 과에 가까워서 매력을 느꼈어요”
 

영화 ‘목격자’에서 이상민은 담보대출로 처음 내 집을 마련한 보험회사 직원 상훈으로 분한다. 내 집 장만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그는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연쇄살인마 태호(곽시양 분)와 눈이 마주치며 일상이 위험에 노출된다.

“태호가 2층 여자를 살해하고 경비실로 뛰어가서 신고를 하려고 하는 신이 너무 무섭더라고요. 누구든 그 상황을 체험하라고 하면 숨을 못쉴 거 같아요.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무서웠어요. 컷 외치는 순간 맥이 쭉 빠졌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죠”

이성민이 이렇게까지 공포를 느낀건 영화의 일상성 때문이었다. 감독이 극현실주의를 지향했고 영화의 배경 역시 현대인들에게 일상적인 아파트다. 연쇄살인마의 위협을 받으면서 차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상훈의 고민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 것 역시 이런 지점과 닿아 있었다.

“이 영화 준비하면서 ‘왜 신고를 안 했냐’고 계속 물었어요. 이 문제에 관객들이 집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가 관객들에게 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감정적이든 동질감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했죠. 관객한테 나의 상태, 나의 상황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다 보면 오버해서 연기하게 될 테고, 관객들이 지칠 거라고 계산했죠”
 

배우로서 관객을 설득하기 전에 한 편으로 상훈을 마음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건장한 청년 가장이 아닌 힘없는 4~50대 가장이기 때문이었다.

“상훈한테 느끼는 감정은 보는 연령대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힘 짱짱한 친구들은 신고하면 되지 할 수도 있죠. ‘보안관’의 대호였다면 동네 주민들 다 동원해서 연쇄살인마를 잡았겠죠. 하지만 상훈의 발란스가 그랬던 거죠”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상훈이라는 인물에게 관객이 자신을 투영하게 만든다. 상훈은 가족을 지켜내야 하고 실제 한 가정의 가장인 이성민과도 닮아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이상민은 가족에게 상황을 대입하지는 않았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굳이 영화적인 상황을 내 가족이랑 대비시켜서 상상하지는 않아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나뿐 아니라 주변 배우들, 감독님들이 서로 예상될 수 있는 반응들을 토론해서 결정했죠”

이번 영화에는 곽시양과 이성민의 처절한 격투신이 그려진다. 죽거나 죽이거나. 극단적인 선택밖에 남지 않은 두 사람의 상황은 쏟아지는 폭우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아직 청춘인 곽시양과 격투가 힘들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체력은 제가 더 좋았을 걸요? 우리 정도 나이 있는 배우들은 슛갈 때 기력을 써요. 젊은 친구들을 오히려 준비를 많이 하니까 진이 다 빠지죠. 방전이 빨라요. 아기들이 금방 지치잖아요. 제가 그래서 시양이를 아기라고 하는 거에요”곽시양은 앞서 인터뷰에서 촬영장에서 이성민이 증량을 하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먹을 걸 갖다줬다고 털어놨었다. 실제 이상민 역시 곽시양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유의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시양이는 막상 이런 액션을 많이 안 해봤더라고요. 긴장을 많이 했어요 당시에.  시양이는 주로 때리기만 하는데, 액션은 맞는 게 힘들 거든요. 그러고보니까 액션을 하면서 제가 상대를 때린 기억이 별로 없어요. ‘보안관’ 때도 맨날 맞았는데. 맞는 액션은 최적화 돼 있습니다”

영화 ‘목격자’는 쟁쟁한 캐스팅의 경쟁작들을 제치고 개봉 2일차인 17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관객들의 입소문이 영화를 끌어올린 셈. 이성민과 시사회 이후 상훈의 고구마 캐릭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불식된 모습이다. ‘목격자’ 이후 이성민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나려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어느 역할이든 자신의 톤으로 관객을 편안하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이는 그의 차기작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사진=NEW

목격자Witness평점7.57.5점
감독
조규장
출연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 정유민, 오정현, 차지현, 차지현, 조규장
장르
스릴러
개봉
2018.08.15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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