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격자'부터 '라이프'까지..이민웅 "앞서 나간 친구들, 이제 응원해줄 수 있어"

에디터 강보라 입력 2018. 9. 13. 13:25 수정 2018. 9. 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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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웅은 시작이 좋은 배우였다. 서울예대 영화과 동기인 윤성현 감독의 단편영화 ‘아이들’에서 구교환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에 대한 평단의 반응도 좋았고, 배우 개인으로는 공주 신상옥 청년 국제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호평이 배우 인생의 꽃길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숱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름’ 있는 배역을 따는 게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런 그의 연기 인생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 ‘목격자’가 그 시작을 알렸다. 윗선의 눈치에 따라 움직이며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이재엽(김상호 분)에게 보고를 누락하다 된통 혼이 나는 형사다.

“너무 재미있게 찍었어요. 김상호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고요. 감독님이 촬영까지 두달 남았는데 얼마나 살을 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해보겠다고 말하고 한달 반을 굶으면서 격하게 뛰어 다녔죠. 촬영 기간 내내 술을 못 마셔서 힘들었어요. 영화 끝나고 요요가 와서 다시 다이어트를 하고있어요”
 

그래도 힘든만큼의 보람을 얻었다. 여름 스크린 대작들 사이에서 ‘목격자’는 비교적 작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선방에 성공했다. 이민웅은 “스코어를 매일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잘 나와서 좋아요. 감회가 남다른 게 VIP 시사회때 부모님을 처음 초대했거든요.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많이 나오는 게 제일 좋으실테니까요”라고 털어놨다.

‘아이들’ 이후 벌써 10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작품을 하는 시간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더 길 때가 많았다.

“낭떠러지에서 밀고 당기는 것처럼 배우생활이 이어져왔어요. 20살 때부터 17~18년째인데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계속 그런식이었어요. 포기할 때쯤 한번 불러주고 하니까 계속 연장이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이제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이민웅을 있게 해준 건 ‘아이들’이었다. 그의 반짝이던 연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는 대학동기 윤성현과 구교환이 각각 감독과 배우로 평단의 찬사와 함께 영화제에서 상을 석권할 때는 조바심도 있었다.

“2~3년 전까지는 조바심이 있었던 것도 같아요. 조금 지나다보니까 크게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이제는 응원하게 되요. 20대 초중반 때는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잘되고 하면 배가 아팠어요”

배우로서도 성장했지만 인간적으로도 성숙하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안정이라고 표현하기는 섣부르지만 이제는 소속사도 있고 그를 위해 일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섣불리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천천히 준비해서 가자는 마음이 있어요. 마흔살 정도 까지는 너무 큰 욕심 안내고 할 생각이에요. 배우가 서른 넘어서 달라지고 마흔 넘어서 달라지는 거에요. 분명 경계를 허무는 선이 있는 것 같아요. ‘공작’의 이성민 선배님 연기를 보고 한 스텝 올라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경계를 깨는 순간이 있다고 믿어요”
 

이런 믿음 덕분일까. 최근에는 JTBC ‘라이프’에서는 화정그룹과 상국대병원 갈등의 기폭제가 되는 사건의 시발점이 된 기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큰 배역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줄곧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던 이민웅에게 TV매체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쩌면 지금은 배우 이민웅으로서의 인생에 제2막이 시작되는 지점인지도 몰랐다.

“치열하게 연기하는 건 제 나이대 동년배 배우들한테 깔려있는 의식인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100%를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안하면 큰일날 거 같은 느낌이에요.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배우로 나아가고 싶다 보다는 현실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치열하게 하는 게 제일 쉽지 않을까 해요”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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