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운 감독 스스로 분석한 '인랑'의 실패 요인

최재필 기자 입력 2018. 8. 8. 11:24 수정 2018. 8.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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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김지운 감독은 현재 대중으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인랑>은 예상과 달리 일찍 극장가에서 사라지고 있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장인'의 씁쓸함이 아쉬움을 남길법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언론시사가 끝난 이후부터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며, 이번의 실패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번의 실패가 다음을 위한 자양분이 될거라 생각하며 자신의 패인을 분석하며 자신을 돌아봤다.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만큼 그에따른 자신만의 재해석과 비하인드, 그리고 영화를 통해 바라본 우리 사회와 세계에 관한 현실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 기분은 어떤가?

나름의 성취감도 있기에 곧 받게 될 칭찬과 비난 모두 감당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성취감, 칭찬과 비난 모두 사람을 성장시키는 요인이라고 본다.


-<인랑>을 냉정하게 자평하자면?

그 부분이 제일 어렵다. 어느 순간 무감각 해질 때가 있다. 나는 그 안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은 마치 내 얼굴이 잘 생겼냐? 못생겼나? 라는 질문과 같다. (웃음) 거기에 대한 판단은 대중이 판단해 주시는 것이다. 물론 대중들이 전부 다 판단하는 게 맞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들의 평가를 통해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음 영화의 에너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내 스스로 자체 평가는 잘 못하겠지만 분명히 성취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인 이 작품을 실사화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원래는 <공각기동대>의 실사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할리우드에서 한다고 해서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아봤더니, <인랑>이 있었다. 실사화를 하게 된다면, <로보캅><배트맨><아이언맨> 같은 슈트 액션과 같은 볼거리를 비롯해 <공각기동대> 못지않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작의 일본적 요소를 한국적 정서로 바꾸기 위해 어느 부분에 관점을 두었나?

<인랑>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 세계관이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지금의 사회, 정치적 격동기를 잘 담았다고 본다. 원작이 일본의 과거 전공투 세대의 후일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우리는 4.19, 5.18을 비롯해 지금의 촛불 혁명과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담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원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강화복 액션에 대한 묘사였다. 그럴듯하게 그려지기 위해서는 시대적 설정이 필요했는데, 역사 자체를 조작할 수 없어서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이버 펑크 장르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원작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혼란을 대입시키려면 어떤 것을 넣어야 어울릴까 고민했다. 실업률? 출산율? 등등 현실적인 혼란 요소는 많이 있지만,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너무 많았고, 원작의 이슈를 한국적으로 잘 담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바로 통일 이슈가 있었다. 그 설정을 도입했을 당시 시기가 묘했다. 일본에는 아베 정권이 들어섰고, 중국의 시진핑, 미국의 자국 논리와 같은 우경화적인 부분이 막 주목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약소국가인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지녀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고, 남북한의 두 정상이 민족의 생존권을 위한 계획과 선택을 할거라 예상했다. 그로인해 발생한 국가적 위기와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여러 대의가 부딪치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 <인랑>만의 세계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암울한 미래상이 보여주듯이 '이런 야만의 시대에도 사랑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다가 인물들을 만들고 배경도 함께 만들면서 주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중경은 스승 같은 사람을, 이윤희는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영화가 자각하는 이야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 사람이 상징하는게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집단이다. 한상우가 정보국이라는 집단, 이윤희가 섹트라는 집단, 장진태가 특기대라는 집단을 대표한다. 이 상징성을 걷히면 집단의 생각에서 개인의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그런 인물의 자각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시사후 평단과 일반 관객들의 반응과 호불호가 너무 크다. 어떻게 보시나? (인터뷰 당시는 개봉전 날)

영화시사평을 직접 읽어 봤는데, 호불호와 논란이 엄청 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멜로 라인에 대한 불만이 컸다. 사실 멜로는 서브이고 집단,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영화를 복기해 봤다. 왜 멜로라인이 관객들에게 돋보였던 것일까?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바로 전개 방식에 취약점이 있었다. 한국 영화의 일반적인 흐름을 보자면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쫓아간다는 점이다. 전작인 <장화, 홍련>이 그런 경우다. 결국 프로세스를 따라가지 못한 것인데, 할리우드 영화 <더 포스트><스포트라이트>같은 작품들이 그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라고 본다. 처음에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성직자, 국가의 부정을 발견하게 되는 핵심을 드러낸다. 그 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인랑>에도 그런 프로세스를 적용하려 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윤희와 임중경에 대한 감정적 요소가 더 드러났다. 이윤희도 집단화된 기능이었지만 둘이 함께 도망가면서 같은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장진태가 오게 되고, 임중경이 집단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장진태는 집단의 논리로 개인을 압박한다. 그것이 관객에게는 멜로같은 정서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는 세 인물을 똑같은 크기로 분할했다. 한상우는 악역의 모습이다 보니 관객들이 그 점에서 집중했을 것이며, 장진태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이윤희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더욱 멜로의 여파가 컸을 것이다.


-원작의 제작진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의 영화화를 허락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아무래도 원작자들이 그동안 애니에서 영화로 실사화된 일본 영화를 보면서 실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쪽으로 좀 더 전문화된 우리에게 허락해 주지 않았나 미루어 짐작해본다.


-초반부 광화문 광장의 장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더니, 남산에서의 분위기는 그와 반대로 너무나 평온하다. 무슨 의도였나?

당시 상황에서 남산 타워는 국가에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니, 어느 정도 관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액션을 드러낸 방식은 안정적 공간에서 터졌을 때 더 강렬하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대신 그 장면에서 나만의 미션을 줬었다. 그 높은 곳에서 탈출할 방법에 관한 연구였다. 남산 전망대에서의 유일한 탈출구는 엘레베이터인데 어떻게 탈출하려고 했을까? 그로인해 여러 액션적 상황과 장치들을 도입해 보니 재미있었고, 남산을 통해서 본 서울에 대한 야경을 보면서 내 무의식을 반영해 봤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벽을 뚫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찌 보면 영화 속 남산 탈출도 벽을 뚫고 가는 것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가고 싶어하는 임중경의 마음이 상징적으로 담으려했다. 남산 전망대는 악조건 속 공간이었고 그 구성이 매우 박진감 넘쳤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보니 참 미친 생각이다. (웃음)


-원작의 오마주적인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다. 가장 신경을 썼던 대표적인 오마주 장면은?

너무 많다. 일단 강화복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것을 완벽하게 구현해 나가는게 우선이었고 특촬물 같지 않은 느낌을 줘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업체 설정에 있어서 고심이 컸다. 선정 업체가 <아이언맨>을 만든 곳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총기 액션의 배경이 된 지하수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배경이기 때문에 대규모로 만들어져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큰 세트 두 개를 만들어야 했다. 남산전망대는 원작에 없지만, 원작보다 더 다이나믹하게 그리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MG-42를 활용한 총격전도 그대로 가져왔는데, 아마 이런 영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웃음) 아마도 '밀덕'들이 매우 만족하지 않았을까? (웃음)


-근 미래의 택시와 버스에 대한 디자인도 눈길이 갔다. 택시 위에 광고판이 붙어있는 독특함, 그리고 버스문의 철체는 어떻게 설정했나?

택시 위 광고판은 실제 우리나라 어떤 지방에서 그렇게 다니고 있는걸 참고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택시 위에 정말 기괴한 광고판을 넣으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버스는 과격한 테러의 세계인 만큼 그 모습을 설정하면 어울릴 거라 봤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매드맥스>에서 얻은 모티브여서 조금 섞어 보기로 했다.


-강동원과 함께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신은수가 빨간 두건의 소녀로 등장한 대목이 아이러니했다. 이밖에 영화는 소녀들의 희생을 주요하게 담아 주인공에게 원작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 왜 이렇게 설정했나?

그게 바로 조직의 논리를 상징하는 부분이다. 5.18 때 양민을 학살한 군인들의 공통된 증언을 들어보면 "이건 정말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할수 없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때 군인들이 약탄 물을 마셨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그만큼 약자에 대한 억압적인 학살 행위는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집단 논리를 우선으로 하는 조직의 비인간적인 세뇌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성의 말살에 관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인랑>의 액션은 대중적으로 즐기기 어려운 액션이다. 어둡고 전인하며 빠르지도 않아 역행적인 액션극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묘사하려 했나?

타격감에 집중했다. <핵소고지> 같은 경우가 살점이 튀어 오르게 묘사된다. 나도 그 타격감 때문에 MG-42 에 맞으면 살점이 다 날아갈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제작사 쪽에서 릴렉스 하라고 했다. (웃음) 대신 음향하고 벽돌이 날아가는 장면을 통해 전투 장면을 과장 있게 그리기로 했고, 살점을 더 보이게 한 얕은 꾀를 썼다. (웃음) 어쨌든 나는 이 영화를 잔상이 많이 담긴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 첫 강화복을 입은 강렬한 잔상이 이 영화를 만들었듯이 이 영화 또한 그런 잔상이 많이 남는 영화로 남겨졌으면 한다.


-강동원과 함께 촬영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강동원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만찢남' 같은 이미지를 지닌 배우였기 때문이다. 만화 영화를 실사화 해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배우가 바로 강동원이라 생각했다. 큰 달을 배경으로 폐허 위에서 강화복을 입고 있는 원작의 모습이 강동원에 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그 인물의 신비로움과 아우라를 만들수 있는 배우가 그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동원은 참 성실한 연기자다. 투구를 입었는데도 그 안에서 다양한 표정연기를 취했던 것이다. 정우성과 강동원은 우리나라에서 액션을 이쁘게 하는 배우들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액션은 너무 다르다. 정우성은 포효한다면, 강동원은 안무를 하는 듯한 액션을 선보인다. 남산에서의 액션이 말해주듯이, 그 액션은 강동원만이 보여준 정서적인 액션이었다고 본다.


-근래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

일단은 실업률이 문제라 본다. 그러면서 세대 간의 반복도 심해진 것 같다. 그로 인해 혐오 사회로 넘어가고 있으며, 집단과 개인의 충돌로 이어지는 새로운 집단화로 가고 있다고 본다. 반복적으로 대립하고 서로를 넘어서려는 이러한 형태는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 아닌 이데올로기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개개인의 모습들이 참으로 쓸모없는 자유방임적 모습이라 생각한다. SNS도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과시하지만 결론적으로 욕망과 소비에 대한 과시라고 본다. 그리고 어떤 이슈를 이야기 할 때 집단에 호응하는 이야기가 더 우선시 되고 있고, 개인에 대한 의견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것이 곧 오늘날 우경화된 국가들의 이면이라 본다.

인랑평점5.05.0점
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최민호, 신은수, 김법래, 이동하
장르
SF
개봉
2018.07.25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유니온투자파트너스(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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