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아남은 아이' 김여진 "7년만의 영화, 더 많이 하고싶다"

에디터 진선 2018. 9. 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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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42)의 스크린 귀환이다. 무려 7년 만이다. 신작의 제목은 '살아남은 아이'다. 살아남은 아이라면 살아남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뜻일 것이고, 아이가 살아남기까지의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제법 무거운 주제를 예감케 하는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김여진은 이를 긍정하면서도 영화가 사건을 의식하며 만들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걸 떠올릴 순 있지만 아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데 '세월호 얘기잖아'하고 나면 더이상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미숙과 성철, 기현 세 사람의 감정을 따라간다. 그 흔한 플래시백 하나 없다. 다만 이들이 슬픔에서 나와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신동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무성, 김여진이 아들을 잃은 부부로 출연하며 성유빈은 부부의 아들이 구한 고등학생 기현으로 등장한다. 가족을 잃은 고통을 연기한 김여진은 유가족에게 요구되는 '피해자다운 태도'를 지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아이를 잃은 사람이 멀쩡하게 지내면 왜 저렇게 멀쩡하냐고 하기도 하고, 울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한다. 각자의 생각과 기준대로 유가족이라고 만들어 놓은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럴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그들의 슬픔은 이 정도 크기일 거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미숙은 일상에서는 웃기도 하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그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슬픔은 한 명 한 명 다 다르다."

 

 

큰 고통을 표현해야 했기에 배우로서 제법 힘든 작업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대본을 읽기 직전이었다. 제목에서 깊은 무게를 느꼈던 탓이다.

"보나 마나 힘든 영화일 거라 생각해서 거절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면서는 그 내용에 빨려 들어가서 부드럽게 몰입했다. 한 개인에 대해 아주 섬세하게 다루고 있더라. 첫 촬영이 아주 어려웠다. 성철에게 모든 걸 말하는 신이었다. 신이 끝나고 나서도 감정이 오래 가서 많이 울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는 최무성(50)과 성유빈(18)이다. 베테랑 최무성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성유빈과의 연기 케미스트리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그러나 김여진은 성유빈이 이렇게 잘 해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빈이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걱정했다. 대사를 모기만 한 목소리로 읊는 거다. 쟤가 이 어려운 역을 한다고? 감독님한테 경험이 너무 없는 아이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경험이 많다더라. 알고 보니 연기를 잘해서, 그 역으로만 기억했던 거였다. 첫 촬영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군더더기 없이 너무 잘하더라. 대사를 치는데 감탄이 나왔다."

 

 

20년 동안 연기를 했지만 여전히 힘들다. 이번 작품에서 겪은 여러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는 김여진을 보며 배우로서의 열정을 느꼈다. 한편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여러 사회적 이슈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 배우로 사회면에 여러 번 거론된 바 있다. 그 외 육아에 전념하기도 하면서 그는 한동안 작품에서 멀어졌다. 그래서일까, 김여진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언급했다.

"인터뷰를 하면 목도 아프고 그렇지만 오랜만에 연기를 했고, 사람들에게 보여 드리고 호평을 듣고 하는 게 참 좋다. 다신 못 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요즘은 현장에서 일하는 게 좋다. 내가 해왔던 나의 일을 하니 내가 이렇게 연기하던 사람이었다는 게 떠오른다. 예전엔 이게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김여진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도전에 대한 욕심을 거침없이 말했다.

"방송은 가끔 했는데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 코미디도 하고 싶고 액션도 해보면 좋겠다. 난 도전을 좋아한다. 음식점을 가도 늘 안 먹어본 걸 주문한다. 운동도 하나를 꾸준히 못 하고 자꾸 바꾼다. 요즘은 태권도에 빠졌다. 무술은 처음인데 되게 신난다. 내 생각보다 내 힘이 더 세단 걸 느낀다. 해보지 않으면 결과를 모른다. 연애도 무조건 해봐야 한다."

 

 

그에게 2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로서 지난 시간을 물었다. 혹시 후회하는 게 있을까.

"'그 영화 해야 했는데' 이런 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선택을 해서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을 것 같다. 배우가 참 좋은 직업이다.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면서 이해 폭이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김여진에게 대중에게 받는 오해에 대해 묻자 그는 "무엇을 생각하든 다른 면이 있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인상은 만들어진다. 이미지라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납득할 사람은 납득하지 않을까. 그러고 싶지 않다면 안 하겠지만.(웃음)"

살아남은 아이Last Child평점8.48.4점
감독
신동석
출연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 제정주, 신동석, 이지훈, 김해원, 이영림, 이다윗
장르
드라마
개봉
2018.08.30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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