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범수 "화이트리스트 '출국'? 저와 붕어빵 같아 선택했죠"

에디터 홍정원 2018. 11.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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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만들어줬는데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관심 갖고 있거나 애정을 쏟는 것에 대해 물으면 표정이 밝아지고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배우 이범수(48) 역시 늘 그렇다. 요즘엔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 14일 개봉)과 두 아이(소을, 다을)가 그의 뇌구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연기 설명할 땐 진지한 표정을, 아내 이윤진과 아이들 얘기할 땐 무장 해제된 표정을 짓는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붕어빵과 피자 등 간식을 만들어 먹는 게 소확행을 넘어 ‘대(大)확행’이라 말하는 이범수. 

이범수가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일으킨 영화 '출국'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 디씨드 제공

현실에서 부성애 가득한 그가 새 영화 ‘출국’에서도 애끓는 부정(父情)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1986년 실화 ‘오길남 박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의 원작은 마르크스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1942~)가 쓴 책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이다. 1980년대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남한 유학생 오길남 박사(극중 오영민 역)가 북한 공작원 꾐에 넘어가 입북한 뒤 탈출한 사건을 영화화했다. 이범수는 영화에서 오영민이라 불리는, 실존인물 오길남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싱글리스트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늦가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이범수와 만났다. ‘출국’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제작 지원을 받았다는 화이트리스트 논란 도마에 올랐는데 이에 대해 그는 고민하듯 뜸 들이더니 “제작사가 안타깝다”며 말문을 열었다. ‘키워드’로 그의 연기 철학과 삶을 정리해봤다.

# 화이트리스트 의혹 vs 부성애
“그 이야기(‘출국’ 화이트리스트 논란)는 후반작업 할 때 들었는데 놀랐어요. 그 기사 쓴 매체가 정정 기사를 내보냈다고 하는데. ‘출국’이든 누구든 부당하게 이득 보거나 피해 보는 일이 있다면 비판 받아야 마땅하죠. 영화는 부성애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작품을 선택했어요. 아내와 두 딸 혜원, 규원을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 오영민 역을 연기했는데 저 또한 두 아이를 둔 가장이다 보니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 나를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에게 작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예요.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 혹은 진정성이 있어야 하죠.”   

이범수 '출국' 스틸 / 디씨드 제공

# 비사회성 vs 가족애
“영민은 독일서 유학 중이던 마르크스 경제학자인데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 반대하던 독일 내 민주화운동 단체 ‘민실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입국을 금지당하고 서독으로 망명하죠. 그 와중에 자신의 학문을 높이 산다는 북한 공작원 말에 넘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 일로 아내 신은숙(박주미)과 둘째 딸 규원과 헤어지게 돼요. 영민은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책 보고 공부만 해서 비사회적인데. 그래서 남북 상황도 잘 모르는 아버지라 잘못된 판단을 하죠. 사실 오판의 기저에는 ‘가족’이 깔려있어요. 가족의 안녕만 생각하는 인물이라 잘못된 판단을 한 거예요. 처음 시나리오 볼 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민이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보듬고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붕어빵 가족 vs 붕어빵 요리 
“실제 제 가족의 안녕이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함께 출연했던 딸 소을이, 아들 다을이 잘 크고 있어요. 더 사랑스럽죠. 항상 삶은 새로워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통하게 되고 관계가 형성되고 그러면서 정이 쌓이고. 관계 형성되니 이젠 ‘작당’을 할 수 있잖아요. 일요일마다 애들에게 요리해주는데 그 시간이 가장 기다려져요. 지난주엔 붕어빵을 해줬어요. 붕어빵 틀을 구해 와서 집에서 직접 만들었어요. 첫째 소을이가 유튜브를 보고 팬케이크 소스로 만드는 거라고 해서 밀가루 말고 그걸 사다가.. 붕어빵 전문 틀이 아니다 보니 한쪽만 구워져서 타기도 했죠.(웃음)”

# 노규엽 신인감독 vs 선배배우의 무한신뢰
“노규엽 감독, 제작사, 촬영감독, 조명감독까지 모두 신인이어서 촬영현장에서 제가 가장 선배였는데 처음 도전하는 그들에게 힘이 되려고 했고 응원했어요. 첫 시사회에서 완성본을 보고 노 감독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잘했다고 했어요. 명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도 트집 잡으려 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데 좌충우돌하는 신인감독과 신생 제작사가 이 정도 영화를 내놨다면 잘한 거라고 평하고 싶어요. 노 감독이 차기작으로 무엇을 하든 함께하고픈 신뢰가 생겼어요.” 

이범수가 '출국'에서 부정(父情) 연기를 선보인다. / 디씨드 제공

# 흥행 부담감 vs 마이 웨이
“사실 지금도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있어요.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해요. 제가 만약 ‘출국’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작품을 했다고 해도 배우 인생이 몰락하진 않았을 거예요. 또 반대로 이 영화가 1,000만 명을 동원한다고 해도 제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오지도 않을 거예요. 시나리오가 좀 더 들어오겠죠. 어쨌든 저는 제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제 길(my way)을 걸어가려 해요.”

# 순발력 vs 인내력
“주변에서 저 보고 주로 순발력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 장점은 인내력이에요. 무명 시절, 한 달에 10만 원 벌어 생활하는 삶을 수년간 했어요. 하고 싶은 연기를 하려고 하기 싫은 일들을 싹 다 안했죠. 4년제 대학 나온 제게 연기 말고 다른 쪽 일자리 제안도 있었어요. 그런데 궁핍하게 살아도 꼭 배우가 되고 싶었죠. 선천적인 성격일 수 있지만 긍정적이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걸 꼭 하겠다는 의지로 여기까지 왔어요.”

# 스타 vs 배우 
“저는 스타가 꿈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무명 때는 그냥 내 나이에 맞는 보수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밥 안 굶고 경제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보수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내 이름 석 자를 꼭 기억 안 해도 된다고.. 모든 배우들이 이름을 남길 순 없잖아요. 그런 바람으로 한 발 한 발 꿈을 키웠던 건데 과분하게 그런 바람을 좀 많이 넘어간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거죠. 운이 좋고요. 하하.”

출국Unfinished평점8.38.3점
감독
노규엽
출연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이현정, 이종혁
장르
드라마
개봉
2018.11.14

에디터 홍정원  hongcine7@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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