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협회 내실화 추구 & 연기는 여전한 꿈, 한국모델협회장 임주완

박은영 기자 입력 2018. 12. 10. 16:22 수정 2018. 12.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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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한국 모델계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내실화에 주력하겠다,
모델의 포괄적인 케어와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노력,
운동부 학생 부상 후 모델계에 발 들여 놔,
50부작 수목드라마에 파격적으로 캐스팅되며 연기에 입문,
13년간 학생들 지도에 열정 쏟아,
열정이 있다면 도전하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
여전히 연기를 꿈꾼다. 학생들아, 정상에서 만나자!

지난 8월 한국모델협회 회장에 새로 선출됐다. 축하드린다. 협회를 맡으며 포부 한마디.

양의식 전 회장님이 잘 이끌어줬고, 후배들이 잘 받쳐줘서 고맙다. 이번 회장직을 맡으며 어깨가 무거운 한편 잘 해내야겠다는 욕심도 크다. 알다시피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모델업계의 위상이 높아졌고 국내 모델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또 대중의 인식에도 모델이 명확한 직업군의 하나로 정착했다고 본다. 그만큼 외적으로 위상이 커졌으니 이젠 내실화에 주력하려 한다.

향후 한국모델협회의 로드맵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잠깐 언급했지만,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과 성숙을 추구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국내 모델 권익 보호를 들 수 있다. 키즈 모델, 미즈 모델, 시니어 모델 등을 비롯해 요즘엔 모델이 분야별로 아주 세분돼있다. 포괄적인 케어와 상담을 통해 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보호하고 최고의 오디션 기회를 알선하고 해외 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주도하려 한다. 이를 위해 회원제 도입을 검토 중이고 나아가 모델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사실 ‘임주완’ 하면 모델보다 연기자로 기억하는 대중이 많을 거다. 90년대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숙희>에서 당대 최고 여배우였던 심은하와 고소영과 삼각관계를 형성,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고등학교 때 투창 선수로 활동하다가 아킬레스 부상으로 더 이상 운동을 못 하게 됐었다. 운동만 보고 살았는데 눈앞이 캄캄하더라. 그때 누군가 모델일을 권했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속에 남아있었는지 은행에 갔다가 우연히 모델을 찾는다는 광고를 봤고, 그것을 찢어서 계속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마침내 모델라인을 방문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도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때가 85년도였다. 모델라인 회장님이 나를 쭉 보더니 한번 키워보겠다고 하시는데, 그 말 한마디가 좌절 상태였던 당시 내게 정말 큰 용기를 줬었다. 그렇게 모델계에 발을 들여놨는데 그 후 쉽지 않았다. 내가 피부가 까매서 이미지가 강했고 키가 너무 커서 옷이 어딘가 어우러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디션에 합격한 후 막상 피팅하러 가면 번번히 떨어졌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내다가 진브랜드 ‘조다쉬’의 모델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88년 올림픽 이후로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찾기 시작했고, 나이키를 비롯해 스포츠 브랜드 광고가 많아졌다. 지금은 전문 모델보다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이 광고에 많이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광고에 전문 모델이 주력으로 활동했었다.


그 후...

이후 드라마 <숙희>(1995)로 연기에 데뷔했다. 50부작 수목드라마에 모델 출신인 나를 캐스팅한 건 정말 파격적이었다. 이후 운 좋게도 KBS 드라마 <검>(1996)에 주연으로 발탁됐는데,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배우보다 모델이라는 생각이 컸었다. 그렇게 97년에 연기를 잠시 쉬고 모델일에 전념하고자 했는데 마침 IMF 사태가 터지고 모델이 설 곳이 없게 됐다. 패션쇼도 없고 그때부터 소위 공백기가 시작됐다. 당시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를 만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된 소중한 시기다.

데뷔한 후 7년 정도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 드라마 <야인시대>(2002), <보디가드>(2003) 등으로 복귀했다. 이후 편성 예정됐던 프로가 무산된 시기에 마침 강의를 나가던 대학에서 전임 자리를 제안받았고 대전에 자리 잡았다. 지난 13년간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열정을 쏟았다. 물론 연기를 향한 꿈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웃음)


모델을 지망하는 신진에게 조언한다면.

강단에서 13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단순한 학생이 아닌 아들딸처럼 느껴진다. 모델을 희망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의 열정을 체크해 보라는 거다. 패션쇼 등을 보며 가슴이 쿵쾅거리고 뜨거움이 밀려온다면 도전해 보길 바란다.

젊은이들의 경우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하체가 길고 균형과 비율이 좋은 친구가 많고 그에 따라 어렵지 않게 모델 권유를 받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모델을 목표로 하지 않았어도 그런 제안을 받으면 관심을 갖게 되고 쉽게 모델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중요한 건 체형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모델업의 특성상 체형 조건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이미지와 열정이다. 그간 가르쳤던 제자들을 보면 객관적인 조건이 떨어져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무언가를 이루더라.

모델로 성공하려면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이 필수다. 그만큼 엄격하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단지 타고난 외모와 체형만 믿고 섣불리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버티기 힘들다. 열정이 있어야 매 순간 어려움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모델이 정말 되고 싶어서 도전했다면 끝까지 버티는 게 중요하다. 요즘에는 SNS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시대다. 본인이 부지런하게 활동한다면 예전보다 기회가 훨씬 많다.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 모델이라는 건 워킹과 분위기 혹은 비주얼로 판단되는 직업이니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 부분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개성을 끄집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많은 패션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오디션 심사를 하다보면 패션쇼에 직접 찾아가서 관람한 경험있는 친구들이 의외로 적은 걸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여건상 인터넷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하겠지만 발로 뛰며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요즘엔 멀티테이너가 요구되는 시대이니만큼 워킹 포즈 등의 트레이닝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연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표정과 몸의 연기가 풍부하다는 건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거니 말이다. 독서 공연 전시회 등을 통한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쌓는 것도 필수다.

영화 <블랙 레인> 스틸컷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게 있다면. 즉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관 혹은 신념은.

거창하게 신념이라고 표현하기 좀 그렇지만 예술인은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인성의 바탕이 없으면 본인이 견디지 못한다. 모델도 연기자도 대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성이 나쁘면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없거든.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항상 노력했었다.

향후 공적 혹은 사적 비전은.

아까 잠깐 언급했던 높아진 한국 모델의 위상을 바탕으로 ‘모델 한류’를 이끄는 데 일조하고 싶다. 나아가 모델 협회를 모델들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고향처럼 그들이 편하게 찾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선후배가 뭉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적으로는 제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진로에 나가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분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또, 그간 강단에 서다보니 연기와 멀어졌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다. 작년에 13년만에 몽골 합작 영화인 <블랙 레인>에 검사로 출연했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 개봉은 못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작더라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싶다. 처음 모델계에 뛰어든 후 꽤 긴 시간 오디션에서 낙방하는 등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때가 왔듯이, 앞으로 또 (연기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처음 3년 동안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야기와 오랜 방송(연기) 공백기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며 ‘나도 아직 꿈이 있다. 함께 노력해서 정상에서 만나자’고 말하곤 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웃음)


최근 행복한 순간 혹은 당신을 웃게 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전에 아내와 함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이후에도 계속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그룹 퀸의 음악을 듣게 되더라. 아내가 결혼 전에 음악을 했어서 감수성이 예민하고 나 역시 고등학교때 그룹사운드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영화를 본 후 내용과 음악 등을 포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 근래 가장 길게 대화를 나눈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임주완
수상
2016.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외 1건
작품
엑스트라(1998)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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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한국모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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