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월터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에그테일 입력 2018. 7. 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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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테일 에디터: 번역 Jude, 편집 Jacinta)

*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written by Jen Chaney)

출처: (주)영화사 오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놀랍도록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영화였다. 톰 행크스는 가장 그 자신다웠고, 맥 라이언의 로맨틱  코미디는 정점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달콤한 사운드트랙과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노라 애프론의 세련된 위트와 섬세한 감성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했다. 소셜미디어가 없었던 시절임에도 요즘처럼 SNS를 즐기는 세대가 자주 쓰는 축약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페어 투 리멤버] 같은 고전 로맨스 영화가 언급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말 대단했다.

1993년 6월 25일 개봉했으니 올해로 25주년이다. 그해 최고 수익을 올린 작품 리스트에 올라간 이 영화에서 가장 골치거리였음에도 기억해야할 캐릭터가 있다. 바로 발렌타인 데이에 약혼자(맥 라이언)에게 버림받는 월터(빌 풀먼)이다. 그의 약혼자 애니는 어떤 남자(톰 행크스)와의 인연을 알아보고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로 떠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터는 그러한 상황에 개의치 않는다.

출처: (주)영화사 오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는 애니처럼 평범하고 실용적인 사람이 톰 행크스의 목소리만 듣고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급진적인 전개로 진행한다. 영화는 그런 애니의 태도를 망상이라고 말한다. 절친 베키(로지 오도넬)가 "넌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게 아니야. 넌 그저 영화 같은 사랑이 하고 싶을 뿐이야"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애니가 옳았다고 증명한다. 그러니까 약간의 고집과 스토킹, [어페어 투 리멤버]에 대한 집착, 또 볼티모어에서 온 애니를 아버지의 운명이라고 확신하는 아이의 도움이 있으면 말이다.

한편으로는 빌 풀먼이 연기한 약혼자 월터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도 없어야 한다. 월터는 로맨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버림받는 착하고 따분한 남성이 바로 월터다. 다른 로맨스 영화에서 월터와 같은 인물을 찾아보면, [그리스]의 로렌조 라마스, [문스트럭]의 대니 아이엘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폴 러드, 그리고 [노트북], [슈퍼맨 리턴즈],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끊임없이 차이던 제임스 마스던이 있다.

덧붙이자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연인에게 버림받았던 월터 역의 빌 풀먼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산드라 블록을 피터 갤러거로부터 떼어내며 자신만의 복수를 해냈다. 그럼에도 월터라는 캐릭터는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월터의 관점에서 한 번쯤 다시 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라도 떠올려 봤을 때, 월터가 애니와 관계에 만족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캐리 그란트를 꿈꾸는 애니처럼 망상에 빠진 것일 수 있다.

출처: (주)영화사 오원

영화에서 월터는 애니의 가족들과 첫인사를 나누며 처음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애니는 우디 앨런 영화에 나올 법한 백인 상류층 가족들 앞에서 월터와 약혼 사실을 알리며 그를 소개한다. 이어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 상황에서 월터는 정중한 태도로 일관하며 한 치의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월터는 애니 가족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정녕 애니와 결혼을 하고 그녀의 가족들과 관계를 맺고 싶었을까? 영화 [야구왕 루 게릭]의 대사를 인용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그럼에도 월터는 애니를 사랑하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1993년 당시에는 월터의 장점이 평가절하됐지만, 모두가 악랄하며 친절함이 귀한 가치가 된 2018년을 맞아 그는 다르게 봐야 한다.

월터는 사려 깊으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로맨틱한 행동을 취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발렌타인 데이에 애니에게 뉴욕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며, 플라자에 머물고 함께 웨딩 접수를 하러 가자고 한다. 그는 맨해튼의 가장 좋은 호텔에 데려가고 싶어하고, 티파니에서 도자기를 쇼핑하는 걸로도 흥분한다.

물론 월터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본인도 인정할 만큼 꽤 단순한 사람이다. 샘이 티라미슈가 뭔지 몰랐듯, 월터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딤섬을 모른다. 그래도 애니를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또한 영화 [클럽 싱글즈]에서 본 것처럼 머리를 헝클어뜨리면 굉장히 섹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애니는 그의 머리를 흩트릴 마음이 없었다. 

한편 월터가 애니에게 충분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애니가 시애틀에 사는 한 남자에게 집착하고 있음을 눈치챘으면서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애니를 존중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애니는 이미 그의 프로포즈를 승낙했으니 그 단계에서 구애할 필요도 없었다. 애니 또한 마음에 의혹이 생겼다면 월터와 의논했어야 했다. 하지만 애니는 그러지 않았다. 다만 월터에게 결혼에 대해 불안을 느껴본 적 있는지 물어본다. 그때 그는 '아니'라고 답한다. 월터는 어떤 일에도 흔들려본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니는 그들의 관계를 불확실하게 느끼면서도 감정은 정리됐으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 시점에서 둘은 무척이나 잘 통한다. 그들의 흉측한 도자기에 필요한 식기 세트 개수를 동시에 맞추고, 바로 티파니에 가기로 합의한다. 로맨스에 관한 옛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결혼식 하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을 똑같이 과소비하라고 하는 남자가 있다면 잡아야 한다. 월터는 바로 그런 남자다. 애니가 그의 진가를 몰라봤을 뿐.

출처: (주)영화사 오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간과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월터는 애니가 기자로 일하는 '볼티모어 선'의 공동 편집자이며,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직급은 더 높다. 달리 말하면, 애니의 동료들이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특혜를 받는다고 오해하기 쉬운 상황이다. 물론 영화는 이 같은 상황을 다루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직장에서 위치는 단조로운 관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었다. 또한 신문사의 재정 집행 방식을 염두하는 사람에게는 약혼자가 출장비를 받고 시카고(실제로는 시애틀)로 파견되는 것에 의아해할 수 있다. 만약 월터가 다른 타입의 남자였다면, 베키를 대면하고 애니가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월터는 약혼자를 믿기에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제 일부만 드러남에도 가장 최악인 문제로 넘어가겠다. 바로 애니가 파혼을 요구하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샘이라는 남자를 연모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다. 월터가 결혼 준비를 상당히 진척시키고 그 시점에서 말이다. 사실 월터는 그 순간 충분히 분노하며 애니의 머리에 샴페인을 붓고 주저앉아서 흐느낄 권리가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한 태도로 성숙하게 반응한다. "난 너에게 그저 그렇게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다른 누구에게도 그저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결혼은 그런 낮은 기대를 안고 오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데 말이야. 그렇지?"

애니는 월터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답하는데, 아마도 영화에서 애니가 한 말 중 가장 정확한 말이었을 것이다. 월터는 웃으며 애니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달려가는 걸 허락한다.

월터는 겉으로는 괜찮다 해도 속으로는 격노하고 상심했을 것이다. 애니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지 몰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월터에게 파혼을 선언하며, 그가 결혼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일종의 홀아비로 만들었다. 

동시에 월터가 약간은 안심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두 달 넘도록 약혼자가 한밤중 옷장에 처박혀 대형 카세트 라디오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져야 할 시기에 서로 멀어지고 있음을 눈치챘으며, 애니의 부모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그가 싫어하는 차가운 연어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애니는 월터가 온갖 제습기와 티슈를 들고 다니며 재채기를 연발하는데도 그의 알레르기를 걱정한 적이 없다. 

이처럼 애니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월터를 형편없이 대했지만,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안 좋은' 그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월터가 인용하는 루 게릭의 대사) 비록 발렌타인 데이에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약혼녀의 환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림받았지만, 솔직히 월터가 애니와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가장 큰 총알을 피했다고 생각한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평점8.08.0점
감독
노라 에프론
출연
톰 행크스, 멕 라이언, 빌 풀먼, 로스 말린저, 로브 라이너, 리타 윌슨, 빅터 가버, 톰 릴스 파렐, 캐리 로웰
장르
코미디
개봉
1993.12.18
빌 풀먼Bill Pullman
수상
없음
작품
레드 스카이(2014),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016), 나의 가장 완벽한 결혼식(2013), 아메리칸 울트라(2015), 범죄의 제국(2014), 더 이퀄라이저(2014), 서베일런스(2008), 킬러 인사이드 미(2010), 와인 미라클(2008), 무서운 영화 4(2006), 그루지(2004), 더 길티(1999), 타이탄 A. E.(2000), 브로크다운 팰리스(1999), 플래시드(1999), 미스트라이얼(1996), 로스트 하이웨이(1997), 인디펜던스 데이(1996), 꼬마 유령 캐스퍼(1995),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와이어트 어프(1994), 맬리스(1993),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사랑에 미쳐서(1992), 써머스비(1993), 그들만의 리그(1992), 두 남자와 한 여자(1990), 우연한 방문객(1988), 골치 아픈 여자(1986), 고집불통 기자 영감(1989), 악령의 관(1988), 로켓 지브랄타(1988), 브라이트 엔젤(1991), 뉴스보이(1992), 리오행 90분(1992), 미스터 러버(1996), 제로 이펙트(1998), 여자 둘 남자 셋(1994), 리베스트럼(1991), 마지막 유혹(1994), 브레인 데드(1990), 럭키 넘버(2000), 이그니션(2001), 이그비 고즈 다운(2002), 유 킬 미(2007), 끝없는 추적자(1989), 클럽 싱글즈(1992), 스페이스볼(1987), 폭력의 종말(1997), 스파이 게임(1999), 디어 웬디(2005), 에이리언 오텁시(2006), 피콕(2010), 노벨 선(2007), 이상한 나라의 피비(2008), 잠수 특전대(1990), 릭(2003), 리오 섹스 코미디(2010), 투 빅 투 페일(2011), 브링잉 업 바비(2011), 로라 버서스(2012), 과일 원정대(2012), 더 언빌리버스(2013), 브라더 네이처(2016), LBJ(2016), 워킹 아웃(2017), 트러블(2017), 발라드 오브 레프티 브라운(2017), 더 이퀄라이저 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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