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녀가 옆방 그녀로, 시선을 바꾸다 <샘> 최준영

박은영 기자 입력 2018. 12. 7. 15:29 수정 2018. 12. 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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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은 남성 소변기를 활용하여 예술의 개념을 재창안한 작품이다. 소변기라는 본질이 변한 걸까, 아니면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 걸까. 영화 <샘>에는 안면인식 장애를 지닌 청년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마두상’, 첫사랑 그녀 ‘샘’의 얼굴도 기억 못 하면서 무작정 그녀를 찾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과연 ‘마두상’은 ‘샘’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샘’은 정말 존재하기는 한 걸까.

‘마두상’으로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 최준영은 <샘>을 ‘시선’에 관한 이야기로, ‘마두상’을 내면이 멋진 친구로 소개한다. 최준영을 만나 영화 <샘>에 대해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 배우 최준영.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혹은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 고2 때 문득 연기가 하고 싶었다. 이후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입시 준비를 시작, 운이 좋게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연기 공부하며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시도했고, 이제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됐다”

“영화와 달리 연극은 일단 무대에 서면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한다. 이런 경험이 영화 <샘>의 주연으로 극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됐다”


# <샘>의 주인공 ‘마두상’(최준영)

“그는 첫사랑을 찾기 위해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친구 집에 머무는, 겉보기에 엉뚱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이 아주 곧고 우직한 인물이다. 행동과 말이 투박해 보이나 그 속은 아주 멋진 친구다. 사실 극 중 그는 어벙하고 어설프고 서 있을 때조차 똑바로가 아닌 어딘가 어정쩡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샘’을 찾아서 다니는 과정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그간 연기했던 인물들과 실제 나 자신 사이에 아무래도 유사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두상’의 경우 일상의 모습은 별로 공통점이 없는데 사랑관은 아주 비슷하다. 사랑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 영화 <샘>

“<샘>의 시나리오를 보고 아주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황규일 감독님만의 유머코드와 장치를 엉뚱하면서 발랄하게 풀어나가는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나름 무겁다고 느꼈다. 감독님은 <샘>을 얕고 좁은 ‘샘’ 같다고 표현하시는데, 그렇게 풀어나가되 메시지는 깊으니 좋은 작품 아닌가”(웃음)

“개인적으로 <샘>의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GV하고 인터뷰하면서 영화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는데, 요즘 얻은 결론은 그렇다. ‘마두상’에게 ‘옆방 그녀’(류아벨)가 어느새 첫사랑의 자리를 대신하는 데 그녀가 바뀌어서일까. 아니라고 본다. 그녀를 바라보는 ‘마두상’의 시선이 바뀐 덕분이다. 한마디로 ‘눈’, 즉 시선이 변한 거다. 마치 마르셀 뒤상에 의해 남성 소변기가 ‘샘’이라는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누군가를 가치 있게 바라볼 때 곧 사랑이 된다고 생각한다”


# 황규일 감독과 동료 배우 류아벨 그리고 조재영

“황규일 감독님은 학교 선배이지만, <샘>을 함께 하기까지는 친분이 없었다. 감독님은 극 중 ‘마두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샘>처럼 순수한 느낌을 간직한 분이다”

“’옆방 그녀’를 연기한 류아벨의 경우 대학 동기로 7년간 알고 지낸 사이다. 나는 굉장히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그녀는 친구로 지내다가 상대역으로 연기한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던 모양이다”

“’마두석’의 절친 ‘반성중’역의 조재영은 실제로도 무척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기가 있는 친구다”


# 안면인식 장애 등 <샘>에 관한 몇 가지 팁

“극 중 ‘마두상’은 안면인식 장애를 지녔지만 오랜 친구의 얼굴은 알아본다. 어떻게 보면 인식 장애가 편의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고, 그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한 관객도 있었다. ‘마두상’ 입장에서 변호하자면, 친구와는 오랜 시간을 같이한 사이이기에 알아보는 걸지 모른다. 또, <샘>에서 ‘안면인식 장애’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일 뿐 주제는 사람 간의 관계에 있다. 그 때문에 논리적으로 미흡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옆방 그녀’가 일본인 행세를 하는 이유는 음… 솔직히 ‘마두상’ 입장에서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옆방 그녀’(류아벨)에게 질문해야 할 것 같다(웃음)”

“쿠키 영상의 경우, ‘마두상’과 ‘옆방 그녀’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음에도 서로 기억하지 못함을 상기한다. 두 사람이 술 마시다가 육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대화한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고 보면 된다”


# 아쉽거나 혹은 마음에 들거나

“작년 전주영화제에서 볼 때는 중반부 ‘마두상’의 서사 흐름이 잘 안 보여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번 최종 편집을 거친 개봉 버전은 내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따라가게 되더라. 사실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미묘한 편집의 차이가 큰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장면은 ‘마두상’과 ‘옆방 그녀’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장면이다. CG가 아니라 실제 촬영한 거로 그 공간이 매우 예뻤다. 길 이름이 지금 생각이 안 나는데 실제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길이라고 들었다”

“초중반은 재미있는 장면이 있어서 잘 따라가게 되는데 중후반부 유머 코드가 좀 아쉽기도 했다. 담백해서 좋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누군가는 지루해할 수도 있을 거다. 그나마 편의점 장면이 중간중간 신선한 공기를 넣어줘서 좋았던 것 같다”


# <싱글라이더>(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국가부도의 날>(2018) 그리고 <샘>에 이어 다음 작품

“만약 멜로 장르를 한다면 <국화꽃 향기>(2003)같은 죽을 것 같은 사랑을, 또 <레버넌트>(2015)처럼 아들이든 아버지든 남편이든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극대치를 끌어올린 역을 해보고 싶다”

“현재 정지우 감독님의 <유열의 영화 앨범>(가제)을 막바지 촬영 중으로 내년 가을 중 인사드릴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 당분간은 영화 쪽에 집중하려고 한다”


# 관객에게

연말에 히어로물을 비롯해 많은 영화가 개봉하지만, 가끔은 <샘>같은 느린 호흡의 영화도 좋을 거 같다. 연말에 어울리는 따뜻한 영화이니 차분하고 편하게 즐기시면 좋겠다.

# 행복한 순간 혹은 웃게 하는 것들

“권투 등 격기 운동을 좋아한다. 오롯이 상대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일대일 대결하면서 맛보는 카타르시스가 있다(웃음)”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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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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