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범수의 연기 스승은 다름아닌 동네 깡패 아저씨?

최재필 기자 입력 2018. 11. 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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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출국>을 통해 오랜만에 주연으로 영화계에 복귀한 이범수와 영화와 연기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연기를 전공하던 시절 불량스러워 보였던 깡패 아저씨의 모습에서 연기의 흥미를 느끼게 된 이색적인 사연도 담겨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신인 감독님의 작품이었지만, 완성도적인 면에서 창피하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자꾸 자기 연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편집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웠지만 시간 흐름을 고려해보자면 나쁘지 않았다.


-어린 자녀들이 납치당하는 설정의 작품인데,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작품을 대할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

나도 아버지이기에 감정 이입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는 미아가 생기는 일이 빈번했다. 아마도 아이를 잃어버린다면 단순히 슬프다는 느낌 그 이상의 감정이 들 것이다. 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감정이 풍부해지고 삶에 대한 깊이가 더더욱 달라지고 있다. 우리 집의 아이가 태어났을때 부터 신기했다. 태어날 때의 기쁨은 짧은 기쁨인데 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말을하고 나와 대화를 하고 아빠랍시고 따라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러한 관계 형성이 신기했고 절로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나니까 존재감이 커지고 깊어졌다. 태어날때의 기쁨은 둘째가라 할 정도다. 요즘 둘째 아이가 눈뜨자마자 나에게 장난 치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웃음) 그런 아이와 아빠가 이별을 한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


-작품과 캐릭터 선택에 변화가 있는 것 같앗다. 우리가 아는 이범수와는 다소 거리가 먼 배역이다

<출국>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에는 악역, 깡패역만 자주 했었는데, 흥행 스코어에 대한 부담감에 벗어나서 배우로서의 욕심이 났다. 나도 이제 배우로서 성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특유의 화려한 구성과 장치, 요인도 매력 있지만 출국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정, 희로애락 같은 깊이, 연기력으로 끌고 가야 되는 이 영화의 구조를 보고 힘들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영민의 아내가 막내 아이를 위해 결국 남게 되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이후부터 아빠와 딸의 관계 형성 과정으로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의 구조를 취하게 된다.

그러게 말이다. (웃음) 시나리오 구조가 딸 아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신기했다. 아내와 사이가 안 좋았나? (웃음) 유독 큰 딸에게 깊은 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극 중 오영민의 아내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며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정된 흐름을 가야 할 때인데 지금의 도전적인 배역을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걷는 걸 좋아한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것 같다. 축구 선수로 따지면 어떻게든 월드컵 본선을 나가려고 무척 노력하는 삶이라 할까? 그러다 보니 32강, 16강에 들어가게되고 힘들고 상처도 많이 입었지만, 성취감도 있기 마련이다. 행복감도 느끼는 만큼 8강 진출에 우승도 하고 싶다. 그럴 때 마다 설렌다. 그래서 더욱 삶의 고삐를 쥐고 채찍질하게 된다. 자만, 나태해서도 안되고 초심을 잃어서도 안 된다. 내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 내 인생이 4강, 결승전인지 모르지만 이 시합이 끝나면 샴페인을 터뜨리고 좀 자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상실감은 참 크다. 30대가 가지 않았나? 나는 내가 어떻게 2, 30대를 보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범수의 연기 생활 30년 동안 이룬 성과는?

자신과의 싸움이 인생이었고 여기서 포기하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한다.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 지면 똑같이 온도를 맞추는 데 한계점을 느끼면 죽는다고 한다. 서서히 변하는데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해 죽게 된다. 배우도 그렇다. 상황이 나아지고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맨 처음 차가운 온도를 잊게 되고, 올라온 온도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게 되고 몇십 년을 하게 되면 겸손함을 잊어버리게 된다. 또 자기 자신을 잘 간파하고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개구리처럼 아웃될수도 있다.


-배우가 되겠다고 꿈꾼 적은 언제였나?

영화 <영웅본색>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공항에서 화려하게 입고 손드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배우가 된다라는게 인간을 다루는 것이며, 사람을 다루는 것이라는 걸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쁜 면도 있고 불쌍한 면도 있다는 걸 깨닫고 그때마다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심오한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대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육교에 노점상 할머니가 계셨는데, 당시 학교가 안산에 있어서 용산에서 버스 타려고 노점상 앞을 기웃거렸다. 그때 30대 초반의 깡패같은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나가!" 라고 욕을하면서 압박하는거였다. 거의 행패 부리는 수준이었는데, 가만히 보면 이건 행패가 아니라 안스러워서 진심으로 말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할머니 손에 몇만 원을 쥐어주는 거였다. (웃음) 그게 참 신기한 체험이었다.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악역인가? 좋은 놈? 인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인간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규정할수 있겠는가? 저 사람은 진짜로 안쓰러운 마음으로 돈을 줬다. 물론 저 사람에게 내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는 못하겠지만, 저 사람은 할머니에게 정을 준 것이다. 그걸 보면서 저렇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겠다라고 생각했다. <영웅본색>만 화려하고 멋진 줄 알았지만 공부하고 여러 체험을 하면서 의미 있는 연기와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일기를 자주 쓰고 있다고 들었다

힘들 때 꼬박꼬박 쓰는 편이다. 일기는 군대 제대 후에도 썼다. 그래도 일기는 똑같다. 3, 5년 전에도 한 말이 힘들다 라는 표현이다. (웃음) 그러다 보니 힘든 기록을 남기는 거 같아서 더 이상 보기가 싫어 안 썼다. 그러다 계획대로 잘되면 또 안 쓰게 된다. 그러면 기도도 안 하게 된다. (웃음) 그러다가 연륜이 쌓이면서 회상하듯이 1, 2년 전부터 술술 쓰기 시작했다.


-이번 배역은 이범수의 이력 중에 보기 드문 학구파적인 캐릭터를 했다. 그런데 여전히 뛰어다니고 최선을 다한다. 좀 아쉽지 않은가?

아쉽다기 보다는 조금 조심스러워야 겠다 생각했다. 이 영화는 영민이라는 인물의 성장드라마라 생각했다. 공부밖에 모르는 샌님같은 인물이며 범생이다. 조금 고지식한 인물로 마치 형광등 갈아끼는데 제대로 못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인간이 가족을 되찾고자 고군분투한다. 여기서 갑자기 <테이큰>의 리암니슨처럼 하면 안되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고문관 같아서도 안된다. 나름 용기있게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수위 조절을 잘하고자 노력했다. 마치 운동회로 따지면 초등학교 아이 운동회에 가서 아이 엎고 뛰기를 하는데 1등으로 골인하고 싶지만 제대로 못하는 아빠의 심경이라고 할까? (웃음) 그럼에도 사력을 다해 뛴다. 얼굴이 백짓장 처럼 창백 해져도 뛰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서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못 미쳐도 최선을 다하는 리암 니슨 같은 진지한 아빠를 그려보고자 노력을 했다.


-<출국>은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다가올까?

요즘 볼거리 위주의 자극적인 영화가 참 재미있다. 그런 영화들이 절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한편의 삶의 소중한 게 무엇인가를 돌이키며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을 전해줄 영화라고 본다. 박진감 넘치는 작품 속에서 이 영화가 가족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영화였으면 한다.

출국Unfinished평점8.38.3점
감독
노규엽
출연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이현정, 김보민, 로베르트 미카, 전무송, 남문철
장르
드라마
개봉
2018.11.14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D.seeD 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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