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참여한 韓 애니메이터, 의사 관두고 픽사 간 이유[EN:인터뷰]

배효주 2021. 1.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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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디즈니·픽사 신작 '소울'이 개봉 8일 만에 누적 관객 50만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작 '테넷'이 4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외화 중에선 가장 빠른 기록이다.

'태어나기 전 세상'이 존재하며,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인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관객들은 "코로나19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 "재미와 감동 모두 잡았다"며 '소울'의 스토리, 비주얼, 음악, 유쾌한 유머, 감동적인 메시지를 극찬하고 있다.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한국어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머나먼 저 세상'에서 들려온 영혼들의 말소리 가운데 "내 바지 어디 갔어?"란 대사가 포함됐고, 뉴욕 도심 속 자리 잡은 '호호만두' 가게 간판 역시 한국어다.

'소울'의 캐릭터 개발에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참여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2008년 픽사에 입사한 후 '라따뚜이', 'UP', '토이스토리3', '카2',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카 3',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 4', '온워드', '소울'의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애니메이터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흔히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 애니메이터라고 알고 계실 텐데, 저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만 애니메이터로 칭한다. 화면 안에 있는 인물이나 사물, 동물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연기를 시키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의 성격과 연기에 맞춰 얼굴 표정과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캐릭터에 살을 붙여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그는 캐릭터 아닌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다. "의대에 들어가 졸업 후 의사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순서"라고 말한 그는 "시험을 잘 봐 집에서 바라는 부분에 맞춰 의대에 진학했으나, 일하면서는 점점 열의가 줄어드는 걸 느꼈다. 결과도 만족할만 것이 안 나왔다. 마침 취미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휴학도 했던 터라,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한 후 병원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원해서 선택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은 존재한다. "결과물이 안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마찬가지"라면서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즐거운 일이다. 매일매일이 기쁘고 좋지는 않더라도 결정엔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소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맞닿아있다.

'소울'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의 남자이며, 직장인이자,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이들보단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어른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처음 스토리를 받고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완성본보다 분위기가 어두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개봉한 후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힐링 포인트가 있는 작품이란 생각에 보람찼다"며 "저 역시 관객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 우린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까 하고 같이 생각해볼만한 구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소울'이 국내선 박스오피스 1위를 연일 차지하며 흥행 중이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스크린 대신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극장에서 개봉하면 제일 좋았겠지만.."이라고 말한 그는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면서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 시국에 이런 식으로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상황이 점차 나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심히 극장에 오셔서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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