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치미는 연기 열망에 매일 텃밭 잡초를 뽑았다" [인터뷰]
거제서 밭일만 3년..
그렇게 해야 버틸 수 있었다
다시 카메라 플래시 속으로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라도
사랑해주신다면 만족해요
노트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질문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며 메모했다. 답하는 목소리는 차분했고, 답변은 신중했다.
2018년 2월 자신을 향한 세상의 비난 섞인 시선을 뒤로하고 고향인 부산을 거쳐 최근까지 거제에 머물렀다. 형의 집에서 고추와 상추, 포도 등 작물을 키우며 텃밭에서 밝은 낮을 버텼고, 막걸리 한 잔에 어두운 밤을 보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텃밭에 나가 한 시간 반 동안 물을 주었다. 잡초를 뽑았다. 그렇게 일하다보면 하루의 해가 졌다.”
시시때때로 치미는 연기에 대한 열망을 애써 지우려는 몸부림이었다. “연기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생각을 지우려” 텃밭으로 향했다. “가장 단순하게 내 근육을 움직여 노동하기를 반복하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다시 무대에 나섰다. 세상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영화 ‘이웃사촌’에 대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며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맞았다.
“그 불빛에 타죽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불편한 시선, 그저 배우와 친해지기를” 그래도 나서야 했다. 텃밭에서 노동을 하기 전까지 연기라는 본분을 다했던 영화와 동료 연기자들 그리고 스태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했다. “무섭고 떨렸”지만, 감당해내야 했다.
“사람이 그리워 연기를 시작했다. 현장의 사람들! 그들과 어울림이 좋았다.”
지난해 ‘요시찰’(감독 김성한)이라는 영화로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턱없이 적은 예산의 영화로 제작진이 도움을 청해왔을 때 뿌리칠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와 친해지려 노력해주신다면 감사할 뿐이다”는 양해와 바람의 말을 내놓을 밖에. 그래서 이제 캐릭터로서만 관객에 다가가고 싶은 배우로서 본연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 그렇게 또 한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연기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달려온 30년의 세월. 이를 송두리째 부정당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 지나고, 관객은 아마도 냉정한 시선으로 작품과 연기를 평가해줄 터이다.
세상에 나서기 위해 물론 처음부터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영화는 1985년 가택연금당한 정치인, 그와 그 가족을 도청하며 감시해야 하는 요원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다. 정치인 역을 맡아 이전까지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연기를 펼치기까지 감독과 제작진의 출연 제안을 두어 번 고사했다. 실존인물을 토대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분의 진심에 다가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라도 사투리 연기까지. “캐릭터의 정서나 느낌을 담아 연기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제안 고사에 감독은 사투리 없는 시나리오를 다시 들고 왔다. ‘삼고초려’에 “그나마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결국 ‘가보자’고 다짐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성심성의껏 애를 써서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혹 하는 시나리오, 좋은 감독과 배우, 스태프가 있다면 불려갈 것이다. 물론 꼼꼼히 따져본 뒤에.”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독립영화 ‘요시찰’로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이제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한 뒤 드러낸 미소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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