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이제훈 "대사 많았지만 즐기면서 놀았다" (종합)[인터뷰]

김보라 2020.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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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배우 이제훈(37)이 ‘밝음’을 입었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웃거나 농담을 던지는 모습은 불과 ‘박열’(감독 이준익, 2017) 때까지만 해도 만나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본인 스스로 “나는 소문난 진지충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과묵했지만 시간이 지난 이제훈의 매력과 역할 반경은 종잡을 수 없이 넓어졌다.

‘파수꾼’(2011) 고등학생, ‘고지전’(2011) 군인, ‘건축학개론’(2012) 대학생, ‘아이 캔 스피크’(2017) 공무원을 연기했던 이제훈.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성격도, 환경도 모두 제각각인 캐릭터였다. 이제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아주 바쁜 '청춘의 아이콘’ 중 한 명이 됐다. 

이제훈은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엔 레퍼런스가 없었다. 그동안 작품을 할 때 타 작품을 보고 (나만의 캐릭터를)구축하는 걸 좋아했다. 이번엔 비슷한 영화를 찾아보지 않고 시나리오에 나온대로 갔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강동구는 ‘오션스 일레븐’의 대니 오션 같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며 “제가 범죄오락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더라. 소재에 매력을 느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릉에 유물이 숨겨져 있고, 그걸 캐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제겐 흥미롭게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도굴'이라는 말의 의미는 알지만 그 단어를 일상에서 쓰진 않는다. 그런데 이 제목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는 거 자체가 해볼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해외여행을 가서도 그 나라의 예술영화관을 찾아다니는 영화광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박물관, 미술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가서 보다 보면, 해외로 넘어간 우리나라 문화재들이 많다. '도굴'이라는 작품이 해외에 있는 문화재가 국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이야기를 펼치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맡은 강동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할 정도로 분량이 많다. “대사를 어떻게 소화할까, 라는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부담되진 않았던 게 제가 신나서 즐기고 있는 거다.(웃음) 예전 같았으면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과 고민부터 앞섰는데...이번 작품에서는 흐름에 제 몸을 맡기고 들썩이면서 연기한 거 같다. 대사가 많았지만 즐기면서 놀았다. 하하.”

강동구 캐릭터에 대해 그는 "재기발랄하고 잔망스러운 성격을 보여주는데, 나름 목표가 뚜렷한 인물이다. 시나리오에 전사도 나왔지만, 스피디하게 가면서 대부분 편집이 됐다. 저는 오히려 이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을 거 같다”고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물론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가 만들 수 없는 ‘땅을 파서 문화재를 도굴하는 장면을 잘 그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있었다. 그건 제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영화로 잘 만들어질지 걱정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만족스럽다. 의심의 여지없이 거기서 잘 놀았던 거 같다. 주인공은 배우들이지만 실제적으론 공간과 미술 세트도 큰 역할을 한다. 그런 것들이 제 역할을 해내서 영화 안에서 잘 보여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제훈은 그 어떤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기자들을 살뜰히 챙기는 여유로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전과 달라진 모습.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애교가 많아진 거 같다’는 말에 “예전엔 진중하고 차분했다. 누가 말을 걸어주면 대답하고 경청하는 타입이었다. 연기를 할 때도 제 안에 갇혀서 고민했었다면 현장에 대한 분위기를 고려하고, 스태프와 으쌰으쌰하는 부분이 커진 거 같다. 제가 스태프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변한 거 같다. 어느새 ‘파이팅’ 외치며 너스레를 떨게 됐다”고 대답했다. 

“배우가 현장에서 해야하는 일이 크다 보니, 저 역시 그 부분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고맙더라. 스태프가 없으면 배우가 연기를 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에너지를 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 앞으로도 이 텐션을 유지할 거 같다.(웃음) 그게 주연 배우의 의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맑고 환한 이미지가 부각됐던 이제훈은 ‘도굴’ 강동구를 연기하며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다. “반응이 갈리고 있다.(웃음) 사극에선 당연히 기르거나 붙이는 것이지만, 현대극은 선택이지 않나. 저는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길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굴꾼의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분장팀이 ‘수염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염을 기르고 촬영을 했다. 제 피부가 하얀 편인데 태닝하고 수염을 기르면서 강동구를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웃음) 이렇게 이미지를 구축하니 다음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개인적으로 저는 수염을 기른 게 마음에 든다. 물론 평소엔 기르고 다니진 않는다.(웃음)”고 전했다. 외형적인 모습은 분장팀 및 의상팀이 전적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이제훈은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좋아서 선택을 하는 측면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과 더불어 중요한 건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며 “감독님, 작가님, 함께 하는 스태프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제가 작품을 하면서 경험을 하다 보니, 막상 시나리오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 함께 만들어 가면서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고민하려고 하는 거 같다. 저의 의견이 작품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도굴’을 통해 색다른 캐릭터 변신을 감행한 이제훈은 “관객들이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이런 영화에서 이런 연기를?’이라고 하실 거 같다. 촬영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즐거웠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왜 이런 영화, 이런 캐릭터를 하지 않았나?’ 자문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강동구가 능청스럽지만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다”는 그는 “사실 늘 유쾌함을 잃지 않는 강동구에게 매력을 느꼈다. 연기하면서도 즐기면서 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성격의 인물을 이어가고 싶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제훈에게 ‘도굴’은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purplish@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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