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소소한 영화관] "들리지 않아도 괜찮아"..'나는보리'

부수정 입력 2020. 5. 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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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p>

하지만 '나는보리'는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영화는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1세 소녀 보리(김아송 분)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 자꾸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보리네 가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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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유 감독 연출..부산영화제 감독상
김아송·황유림·이린하 아역 돋보여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나는보리'ⓒ영화사진진

편견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장애인을 다룬 영화라고 했을 때 그간 나왔던 장애인 소재 영화를 떠올렸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이들의 힘듦과 아픔, 고통, 슬픔.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무거운 마음. 하지만 '나는보리'는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밝고 경쾌하고 명랑하다.


영화는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1세 소녀 보리(김아송 분)의 이야기다. 보리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다. 초등학생이 된 보리는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엄마, 아빠는 자기보다 더 동생을 챙기는 듯하다. 기차표를 끊거나 전화 받는 일 등도 모두 보리의 몫이다. 소외감을 느낀 보리는 급기야 "나도 소리를 잃고 싶다"고 툴툴 거린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보리의 고민은 바다처럼 넓고 깊다. TV에서 오랜 잠수로 난청에 시달리는 해녀의 모습을 본 보리가 바다에 뛰어들 만큼 절실하다.


'나는보리'는 따뜻하고 착한 보리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감독은 보리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소리를 잃고 싶다"는 보리의 고민을 가볍게 다루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기존에 나왔던 장애인 소재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장애를 웃기거나, 슬프거나, 불쌍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장애인 가족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묘사도 없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보리네 가족을 통해 '장애인 가족은 이렇게 사는구나'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나는보리'ⓒ영화사진진

영화를 보면 자꾸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보리네 가족 때문이다. 이들은 한없이 착하고, 따뜻하다. 넷이 엉겨 붙은 장면을 보노라면 사랑스럽다. 특히 보리 부모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귀감이 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토닥이는 모습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위안이 된다. 보리의 부모를 연기한 곽진석, 허지나는 실제 부부 사이다.


'나는보리'엔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사건, 사고가 없다. 그래도 110분이 훌쩍 지나간다. 현미경을 들이댄 듯 보리의 마음을 촘촘하게 들여다본 감독의 섬세한 시선 덕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엄지가 올라간다. 영화를 이끈 주역은 아역 배우들이다. 보리 역을 맡은 김아송은 보리로 반짝인다. 보리가 울 때면 마음이 아프고, 보리가 웃을 때면 덩달아 기쁘다. 보리의 동생 역 이린하는 바가지머리에 반달 눈웃음으로 장면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보리의 친구 황유림 역시 캐릭터를 당차게 연기했다.


외로워하는 보리에게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린 똑같아"라고 다독이는 말은 영화의 메시지다. "나만 다른 게 아닐까"라며 걱정하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는 말처럼 들린다.


2013년 단편 '높이뛰기'로 주목받은 김진유 감독이 연출했다. 실제로 코다인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 또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영화를 제작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김 감독은 "조금 이른 사춘기를 겪은 소녀 보리가 그 시간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에 상처받은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 2관왕,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제21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데일리안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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