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카즈 감독 "배우란 무엇인가"..'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남정현 2019. 12.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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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파비엔느에 관한 질실' 고레에다 히로카즈(これえだひろかず.가운데) 감독이 내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WATCHA 씨네토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자인 백은하 배우연구소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2019.12.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13일 서울 중구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동영상 OTT 스타트업 '왓챠' 주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행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내한해 참석했고, 진행은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이 맡았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녀와 딸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작품이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최초로 구성한 것은 2003년이다.

"이 영화의 바탕은 2003년, 지금부터 16년 전에 연극을 위한 희곡을 쓰면서 였다. 내용은 출연순서를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老) 배우의 하루였다. 배우의 상태는 자신의 감정을 잡지 못해 신경질이 나 있는 상태로 잡았었다. 유일한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배우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고독하게 살아가지만 스스로는 강한 척을 하고 있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때 썼었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히로카즈 감독은 "(당시 촬영했던 작품) '아무도 모른다'가 계기가 됐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들과 한 촬영이었다. 이를 찍고 나니 '연기란 무엇인가?', '배우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파비엔느에 관한 질실' 고레에다 히로카즈(これえだひろかず)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WATCHA 씨네토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2019.12.13. chocrystal@newsis.com

이 작품은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밖에서 찍은 최초의 영화다. 배경이 되는 국가 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계절도 새롭다. 그의 많은 작품이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가을의 끝자락이 배경이다.

이에 대해 히로카즈 감독은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게 되면서 어떤 계절로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다. 주인공 여배우는 극 중 커리어의 말년을 맞고 있다. (그래서) 아직 겨울은 아니지만 가을의 끝자락 같은 계절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시기와 계절이 겹치도록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배경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대배우 까뜨린느 드뇌브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일찍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드뇌브를 캐스팅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히로카즈 감독은 드뇌브를 캐스팅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다만 드뇌브는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이후에는 영화의 제목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다. '파비안느'라는 이름은 까뜨린느 드뇌브의 중간 이름이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주연을 드뇌브로 확정하며, 그에 맞춰 시나리오의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각본을 쓰기 전에 까뜨린느 드뇌브를 여러 차례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리고 인터뷰한 내용을 각본에 반영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결과적으로는 드뇌브를 전제로 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드뇌브는 (영화 속 설정처럼) 실제로 젊었을 때, 배우였던 언니를 사고로 잃었다. 16년 전에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라이벌이 사고로 죽은 이야기로 설정을 해놨었는데, 이것을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본 프로듀서는 '변호사를 준비해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시나리오와 드뇌브의 커리어가 유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드뇌브는 대본을 읽고 그러한 설정을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파비안느라는 자신의 미들 네임을 역할 이름으로 쓰면 안되냐고 먼저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사진=티캐스트 제공) 2019.12.13 photo@newsis.com

히로카즈 감독은 드뇌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히로카즈 감독은 "눈을 뗼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정말 재밌는 분이다. 본인은 이 역할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극 중 설정과 달리) 딸과의 관계도 본인은 굉장히 좋다고 했다. 이 여배우와 나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까뜨린느가 일본 홍보 때문에 개봉에 맞춰 왔을 때, 기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할거면 한 사람이 정해서 말씀하라'고 했다. '어디서 봤던 장면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대사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극 중 속 파비안느는 젊은 배우와 합을 맞추면서 과거 라이벌이었던 친구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은 사회자에게 "그 장면은 모든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 지금 말씀했듯이 눈 앞에 (등장인물인 젊은 여배우) '마농'이 있지만, 마농이 아닌 다른 존재를 보고 있는 듯 연기한다"라며 "영화에는 이러한 중층적인 구조들이 있다. 이게 가장 드러나는 게 그 장면이다. 당시 까뜨린느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라고 다시 한번 드뇌를 칭찬했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파비안느가 혼자 중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장면을 꼽기도 했다. 극 중 파비안느는 밥을 먹으며 함께 식사를 하며 기념일인 듯 선물을 주고받는 중국 가족들을 바라본다.

히로카즈 감독은 "까뜨린느의 고독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면서 "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할머니와 가족들은 일반 분들이었다. 근데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몇 차례 테이크를 가도 너무나 즐겁게 건배를 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연기를 해줬다. 너무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셨고, 그런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체가 감동적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래서 가능한 한 길게 그분들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포스터 (사진=티캐스트 제공) 2019.12.13 photo@newsis.com


한편,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신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매해 작품을 찍었다. 그것은 무척 알차고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은 잠시 시동을 끄고, 인터벌(시차)을 두고 준비를 하려 한다. 내년에는 그래서 신작이 없다. 아마도 내후년 이후에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겠다."

그러면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으면 '간장 게장'을 등장시킬 것이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평소 간장 게장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히로카즈 감독의 위트였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음식으로 특히 간장 게장을 좋아한다. 만약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간장 게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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