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해결 목표는 같지만.. 대응 방안은 온도차

성하훈 입력 2019. 10. 17. 19:00 수정 2019. 10. 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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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배상을 요구했지만, 영진위 측은 강제 조사권이 없어 진실 규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의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요구와 영진위 대응의 온도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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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진흥위원회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16일 오후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
ⓒ 성하훈
 
영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배상을 요구했지만, 영진위 측은 강제 조사권이 없어 진실 규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의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요구와 영진위 대응의 온도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영진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 사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는 양쪽 모두 같았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방향에서는 영진위와 피해자들 사이의 간격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영진위는 공식적인 조사기관을 통해 내려온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피해자들은 영진위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권고받은 15개 이행 과제 8개 완료
 
영진위는 이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제도개선 과제 이행 현황과 과거사 특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자율성과 다양성 창조성에 중심을 둔 지원 및 정책 역량 강화, 소위원회 확대 등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는 조직 개편과 소위원장 호선제 등을 통해 완료했다고 밝혔다.
 
영진위 조종국 사무국장은 "15개의 이행 과제 중 절반이 넘는 8개를 완료했고, 영진위원장 호선제 복원과 불공정 행위 법적 권한(조사권) 확보 등은 법률안 개정이 발의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영진위원 선임 절차 혁신과 정책실명제 등은 문체부와 영진위에서 추진 중이고, 모태펀드 등은 장기과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진척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영진위원인 주유신 과거사특위 위원장은 지난 12월 15일 준비위원회, 2018년 5월 8일 공식위원회가 발족 후 부산영화제 외압사건과 예술영화전용관 지원배제 등 15건의 조사대상을 선정해 조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사 특위는 "조사의 강제성이 없다 보니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핵심인사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주로 지시가 유선으로 이뤄지다보니 관련된 문건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세훈 전 위원장은 검찰 조사를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김종국 전 부위원장은 "위원장이 지시한 것일뿐, 부위원장에게 지시 권한이 없어 조사를 받을 게 없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또한 "박환문 전 사무국장은 응답을 하지 않아 내용증명까지 보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영진위 블랙리스트 해결의지 보이지 않아
  
  2017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블랙리스트 규탄 시위를 벌이는 문화예술인들
ⓒ 성하훈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총체적인 발표를 요청했음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화인들에게 설명할 부분이 많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의 조직과 사업 심사 개편 등은 2008년부터 누적된 문제를 청산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온한 당신> 이영 감독 역시 "영진위가 단체를 통해서만 의견을 구하는 방식은 대단히 소극적"이라며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철희 안동중앙시네마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기준으로 하는 비이성적 논리를 시행하고 작동하게 만든 담당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며 "블랙리스트 가담자가 문화예술행정에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진위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면 피해자들은 과거에 대한 청산과 함께 미래에 초점을 맞춘 주문을 한 셈이다. 영진위 측은 2020년 1월 그간의 조사를 담아 백서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영화계 전체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백서에 담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조사권의 한계도 있지만 원승환 관장의 지적대로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대응"으로 보일 여지도 있다.
 
사실 블랙리스트 문제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마저 블랙리스트 적극 가담자로 수사의뢰 된 문체부 직원들을 소속기관으로 인사발령 내고, 당사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하는 등 블랙리스트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제대로 청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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