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즈니 출신 애니 감독 이민규 "美·日 애니 따라할 필요 없다..K팝처럼 새로움 보여주면 돼"
'겨울왕국' 등 만든 디즈니 출신
'아담과 개'로 오스카 후보 올라
"3D와 4D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잖아요. 관객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선명하게 처리하고, 아닌 부분은 포커스에서 확 벗어나게 해버리죠. 작가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대화하는 대신 자기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의 감상은 스크린과 객석 사이에 놓인 공간을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가는 과정 아닌가요?"
손 그림을 고집하는 그와 17일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만났다. 명문 미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를 나온 뒤 디즈니에 입사한 그는 한국 애니메이터 지망생에겐 롤모델이다. '겨울왕국'부터 '주먹왕 랄프' '모아나'까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디즈니 명작들의 캐릭터를 그려왔다. 자신이 감독을 맡은 '아담과 개'로는 2013년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를 탄생시킨 애니메이터 글렌 킨의 작품을 보며 꿈을 키웠다. 이제는 거장이 최고로 신뢰하는 동료다. 글렌 킨의 오스카 수상작 '디어 바스켓볼'에도 이 감독 의견이 핵심 장면에 들어갔으며 최근엔 '오버 더 문'이란 작품에서 이 감독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를 담당했다. '성공한 덕후'라 할 만한 인생이지만 애니메이션에 파묻힌 삶은 지양한다. 문장만으로 공간 감각을 만드는 고전소설을 읽으며 '재현하는 힘'을 닮으려 애쓴다.
"작업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제게 큰 영향을 미쳤죠. 문장 한 줄만 읽으면 바로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죠. 현대소설 문장은 고전만큼 정교하지 못한 것 같아요. 소셜미디어도 없이 혼자서 상상하며 글을 쓴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정신이 있는 거겠죠."
어머니인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그를 때때로 초등학교에 결석시켜 가며 베니스 비엔날레 등 문화 행사에 데리고 다녔다. '그런 경험이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냐'고 물어봤더니 "100%"라며 "아이들은 예술이 무엇인지 모를 때부터 예술에 노출돼야 한다"고 답했다.
18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첫 행사다.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한마디를 남겨달라'고 했더니 이 감독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 "K팝과 한국 영화, 문학은 전 세계에서 매우 잘되고 있잖아요. 지금은 기존 것과 완전히 다른 걸 보고 싶어 하는 세대예요. 미국 애니메이션도 일본 것도 따라할 필요가 없어요. 무엇이든 당신이, 그리고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세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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