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증인' 영혼까지 정화시키는 묵직한 질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19. 2. 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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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감독 이한)은 세고 강한 스토리와 막강 히어로들이 펼치는 모험극, 범죄 액션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하는 최근 경향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영화다.

이한 감독의 전작들을 볼 때 착한 스토리일 것은 분명한데, 살인 사건을 목격한 자폐를 지닌 소녀(김향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이지만 좀 더 나은 경제적 형편을 위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변호사(정우성)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정만 놓고 보자면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사회를 변화시키자"라며 강한 주장을 펼칠 것만 같은 조짐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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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 포스터
영화 '증인' 스틸

영화 '증인'(감독 이한)은 세고 강한 스토리와 막강 히어로들이 펼치는 모험극, 범죄 액션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하는 최근 경향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영화다.

이한 감독의 전작들을 볼 때 착한 스토리일 것은 분명한데, 살인 사건을 목격한 자폐를 지닌 소녀(김향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이지만 좀 더 나은 경제적 형편을 위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변호사(정우성)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정만 놓고 보자면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사회를 변화시키자"라며 강한 주장을 펼칠 것만 같은 조짐도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강한 교훈 또는 주장으로 관객에게 어떤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마치 내 이웃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가다가 생각지 못했던 본질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강한 한 방을 맞게 되는 영화다.

순호(정우성)는 한 때 민변의 파이터라 불리며 오랜 시간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현실과 타협하고 살기로 결심하고 대형 로펌에 이직한지 얼마 안 된 47세 변호사다. 순호는 로펌 대표가 제안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염혜란)의 변호를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를 지닌 소녀 지우(김향기)를 법정에 세우려 하지만 지우는 이미 자폐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검사(이규형) 측 증인으로 나서기로 한 상태다.

순호는 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의 하교길에 동행하며 퀴즈를 좋아하고 파란색 젤리를 즐기는 성향 등을 알아내 점점 그녀에게 다가간다. 순호와 소통하기 시작한 지우는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지만, 지우의 증언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난향을 겪게 된다.

영화 '증인'에서 가장 반가운 지점은 출세욕이나 권력에 대한 욕심도 적당히 있지만 자신의 내면 속에 구축된 선과 악의 경계를 쉽게 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순호를 마치 제 모습인양 그려낸 정우성의 연기다.

권력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을 행하는 인물일 때도('아수라' 한도경), 북한 최고 지도자를 무사히 귀환시켜야 하는 신념에 찬 북 최정예요원 일때도('강철비' 엄철우), 권력의 정점까지 두세 걸음이 남은 검사장 후보였을 때도('더킹' 한강식) 특유의 에너지와 인물에 대한 몰입력으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었던 정우성이지만 '증인'에서 멋짐과 힘을 남김 없이 덜어낸 편안한 연기는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아저씨도 저를 이용할 겁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어찌 보면 도덕 교과서의 한 대목 같은 교훈적인 대사를 오랜 시간 여운이 남는 강한 질문으로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자폐 소녀 지우를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입어낸 김향기의 내공 깊은 연기력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분한 염혜란은 깊은 사연을 지닌 도우미 미란 역을 맡아 스릴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딸 지우의 자립을 돕기 위해 애쓴 엄마 역의 장영남과 자폐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검사 역을 열연한 이규형도 영화에 온기를 더했다.

전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에서 가족과 이웃을 통해 생각의 변화를 겪으며 인생의 주인으로 성장해 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되게 그려온 이한 감독은 '증인'에서 사회가 주변인으로 취급하려 했던 한 자폐 소녀의 순수하지만 강인한 의지가 법정에서의 정의와 세파에 찌든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좋은 사람이 될 준비가 되었습니까?'라고.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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