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숭배자' 촬영 시작되자 온 동네 개들 한꺼번에 "컹컹"

2018. 7. 17.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천에 온 '호러 명장' 조코 안와르

사탄숭배 둘러싼 가족의 비밀
1980년 동명영화 프리퀼로 헌사
인도네시아 역대 5위 흥행 성공

부천영화제와 깊은 인연
부산영화제 수상 계기로
CJ ENM이 공동제작자로 참여

[한겨레]

조코 안와르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인도네시아는 좋은 호러영화를 만들기 위한 바탕을 갖춘 나라입니다. 세어보니 귀신 종류만 무려 42종이 있더군요. 많은 감독이 호러영화는 만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화적 가치도 낮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13일 경기도 부천에서 마주한 조코 안와르(42) 감독은 ‘인도네시아 최고의 장르영화 감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호러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사탄의 숭배자>(2017)가 초청을 받아 한국을 찾았다. <사탄의 숭배자>는 그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한국 투자배급사 씨제이이앤엠(CJ ENM)이 현지 제작사와 공동제작한 영화다.

“1980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의 앞선 이야기)이에요. 어릴 때 그 영화를 보고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느꼈죠. 언젠가 감독이 되면 존경의 표시로 꼭 리부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사탄의 숭배자>는 자카르타 외곽에 있는 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다. 엄마가 투병 중 죽고, 아빠는 빚을 갚기 위해 도시로 일하러 가면서 네 형제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갑작스레 우물에 빠져 죽으면서 형제들은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첫째 딸인 리니는 할머니가 죽기 전 남긴 편지를 단서로 자신의 가족과 사탄 숭배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감독은 오프닝 신을 찍던 날 겪었던 기이한 경험에 대해 털어놨다. “투병 중인 엄마가 종을 흔들어 아이들을 부르는 장면인데, 갑자기 동네 개들이 한꺼번에 울부짖는 거예요. 스태프들은 모두 겁에 질렸고, 30분 동안 촬영이 중단됐죠. 주민들도 ‘개들이 이렇게 울었던 적은 없다’며 두려워했어요.”

이것이 ‘흥행의 전조’였을까? <사탄의 숭배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42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영화 사상 역대 5위(공포영화로는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 국내외 영화제에서 17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홍보예산이 많지 않아 주로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를 활용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였으면 해서 ‘포스터 패러디하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했는데, 그 전략이 먹힌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공포영화의 주관객층이 10~20대인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젊은층의 호응을 얻은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한국, 특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칼라>가 지난 2007년 부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엔 <포비든 도어>가 작품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모두스 아노말리>가 아시아판타스틱영화제 제작네트워크에 선정된 바 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 어워드’에서 <내 마음의 복제>가 ‘CJ ENM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한국 투자배급사와 작업을 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영화 시장이 전면 개방된 후, 한국 영화업계의 진출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6천명인데, 극장 수는 1600개에 불과해요. 극장 산업과 영화 제작에 한국의 투자가 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죠. 좀 더 발전된 작업방식, 산업구조 등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사탄의 숭배자>의 한국 정식 개봉 계획에 관해 묻자 그는 “일단 부천 관객들의 반응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도 “씨제이 담당자들한테 개봉을 적극 추천해달라”고 크게 웃으며 당부했다.

이번이 6번째 한국방문이라는 조코 안와르 감독은 “온갖 장르영화와 밤 문화까지 완벽한 부천영화제를 사랑한다. 소폭(소주 폭탄주)을 너무 좋아해 한꺼번에 20잔은 거뜬하지만, 올해는 술을 좀 줄이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세운상가 등을 돌아볼 예정”이라며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