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무비] '마녀', 진보한 '한국형 女 액션물'인 까닭

정유진 기자 2018. 6. 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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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스틸 컷 © News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연출자 박훈정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 했지만, '마녀'는 여러모로 '엑스맨'을 위시한 할리우드 히어로물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보통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힘든 문제를 해결하고 영웅 대접을 받는 '히어로'들은 근원적으로 돌연변이이며, 동경의 대상인 동시 두려움을 갖게 하는 존재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마녀'는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중심이 된 강렬한 액션물이었다.

영화는 '마녀'에 대한 역사적 기록물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어 피로 젖은 복도와 누군가를 쫓고 있는 듯한 안타고니스트들, 숲속으로 혼신을 다해 도망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이내 그의 10년 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장 노부부에게 발견된 소녀는 이들의 양녀가 되고, 10년 후 특별한 능력을 지닌 평범하고 밝은 고등학생 구자윤으로 자란다. 구자윤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소값이 폭락해 아빠가 운영하는 목장이 경영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 또 엄마가 치매 투병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구자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예선을 통과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 만이 아니었다. 영화 초반 어린 소녀였던 구자윤을 쫓았던 닥터 백(조민수 분)과 미스터 최(박희순 분)가 이를 보고 그를 찾기 시작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던 구자윤의 앞에는 의문의 귀공자(최우식 분)가 나타난다. 귀공자는 "마녀 아가씨"라고 뜻모를 소리를 하고, 구자윤은 "누굴 찾는지 모르지만 내가 아니다"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구자윤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마녀'의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내내 주인공 구자윤이 '여자아이'라는 점을 의식할 수 없는 점이다. 이는 로맨스나 모성애를 강조했던, 그래서 끊임없이 주인공들의 성별과 그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되풀이 했던 '악녀'나 '미옥' 같은 여성 액션 영화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를 이룬 부분이다. 구자윤은 그저 평범하게 자란 십대일 뿐이며, 끝까지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밀고 나가는 영화 속 중심 인물이다. '구자윤'이라는 이름까지도 중성적이다.

그리고 이는 '신세계'로 한국 영화계에 이른바 '남자 영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박훈정 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받아들여질만 하다. 전작 '브이아이피'(V.I.P.)에서 박 감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를 소재로 사용한 점,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 표현과 불필요한 여체의 노출 등으로 인해 '여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마녀'에서 박훈정 감독은 과거의 논란을 의식한 듯 여성 캐릭터들의 표현과 분량에 신경을 쓴 듯한 연출을 선보였다. 영화의 말미 "그렇게 살고 싶느냐? 나 같으면 죽었을 것"이라는 귀공자의 말에 "아니 난 살거야. 구자윤으로 계속 살거야"라고 의지를 다지는 주인공의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다. "살겠다"는 구자윤의 말이 마치 이 영화에서 만큼은 여성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려주겠다'는 감독의 의지 표명으로 느껴진다.

영화 자체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평범하고 익숙한 느낌을 준다. 예컨대 가족애와 우정 등으로 타고난 비범성과 인간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영화 중반 드러나는 반전 등이 그렇다. 독창적이라기 보다는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서사를 답습한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를 '진보한 여성 액션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 때문이다. 구자윤 뿐 아니라 조민수가 맡은 닥터 백의 캐릭터 역시 여성이 아닌 정신 나간 과학자로만 여겨진다.

신예 김다미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최우식은 평소의 천진난만한 이미지를 벗고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했고, 조민수와 박희순 역시 베테랑 연기자들답게 영화 속 초현실적인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오는 27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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