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강요로 가출, <열다섯의 순수> 속 일본 청소년의 삶

이학후 2018. 4. 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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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카이 히로카즈 감독의 5월 3일 개봉 예정작.. 어른과 아이의 틈 '성장기' 다루다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영화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방의 어느 도시에 사는 열다섯 소년 긴(하기와라 리쿠 분)과 열다섯 소녀 나루미(오가와 사라 분)는 친구 사이다. 긴에게 조심스레 사랑을 고백한 나루미는 퇴짜를 맞는다. 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나루미는 긴과 같은 고등학교에 합격하고 다시 고백하겠노라 다짐한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긴은 어느 날 아버지가 게이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나루미는 어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쿄에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작별인사를 하러 온 나루미를 만난 긴은 자신도 도쿄에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둘은 열다섯의 도피 여행에 오른다.

아버지의 커밍아웃과 어머니의 매춘 강요, 결국 집 나선 두 사람

<열다섯의 순수>는 성인도 아니면서 아이도 아닌, 성장기의 한 단면을 다룬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카이 히로카즈 감독이 "어른과 아이의 틈"이라고 정의한 성장기의 한 지점엔 긴과 나루미가 위치한다.

카이 히로카즈 감독은 <열다섯의 순수>를 만든 계기를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어떤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낸다면 현실의 가정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연출 의도를 덧붙였다.

영화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긴과 나루미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은 열다섯 살이다. 긴은 아버지가 홀로 키웠고, 나루미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두 사람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정환경에 문제가 많다. 그래서 방황하고 일탈한다.

둘이 처한 상황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의 커밍아웃은 갑작스레 일어났다. 긴은 아버지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게이도 유전되나요?"라고 물을 정도로 당황스럽다. 이것은 일시적인 혼란에 가깝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에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다. 열다섯의 순수는 그것을 거부하고 바깥으로 달아난다.

나루미는 성장 과정 내내 폭력에 노출되었다. 어머니는 "고등학교 가봤자 아무 소용없어. 그냥 술집이나 나가지 그래"라며 언어폭력과 신체 학대를 일삼는다. 그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인내하고 버텼다. 그러나 어머니가 매춘을 강요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다. 열다섯의 순수가 파괴되는 직전, 도망가기로 마음먹는다.

삶의 흐름을 보여주며 '상상'할 여지를 주는 영화

<열다섯의 순수>는 보통 상업 영화와 다른 연출 기법을 쓴다. 먼저, '생략의 화법'을 적극 활용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마구 달리는 긴을 보여주지만,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설명을 하질 않는다. 관객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추측하며 지켜보게 된다.

나루미가 발레 학원에 들르는 장면 역시 생략이 돋보인다. 발레를 하던 나루미는 집안 사정으로 꿈을 접었다. 아쉬움에 학원에 들러 홀로 발레를 하다가 선생님과 마주친다. 영화는 다음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일본의 한 평자는 "최근 일본 영화는 설명이 많은 편인데 <열다섯의 순수>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라며 '사이의 미학'을 언급했다.

영화엔 분홍색 카트를 모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영화는 할머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내놓질 않는다. 그저 두 차례 불쑥 나타날 따름이다. 할머니는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장애물을 은유한 것일 수도 있다. 삶의 우연성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영화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나루미의 자전거에 긴을 태운 장면과 긴이 모는 오토바이에 나루미가 타는 장면이 형성한 역할 바꿈도 좋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느낀 긴은 나루미에게 "태워줘"라고 말을 건넨다. 순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나루미를 구한 긴은 오토바이에 태우고 앞으로 나아간다. 둘은 서로를 태워주는 탈 것이 되고 등불처럼 밝혀준다.

줄곧 "모르겠어"를 내뱉던 긴은 "나 너를 좋아하고 싶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말은 나루미를 향한 마음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변화이다. 관객은 긴과 나루미가 자신을 긍정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마음으로 느낀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암전된 화면을 보여준 채로 오토바이 소리만 들려준다. 쓰러진 오토바이를 일으킨 긴은 나루미를 태우고 무사히 달렸을까? 어디로 갔을까? 그들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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